최근 서울교통공사(서교공)가 대용량 리튬이온 배터리를 지하철에 반입한 승객을 경찰에 고소했다. 서교공은 재발 방지를 위해 법적 대응에 나섰다며 향후 반입 불가 물품의 세부 기준을 마련한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대용량 배터리를 들고 지하철에 탑승한 행위만으론 처벌이 어려울 것으로 봤다.
서교공은 대용량 리튬이온 배터리를 들고 지하철에 탄 승객 A씨를 철도안전법 위반 혐의로 지난달 29일 서울 마포경찰서에 고소했다고 2일 밝혔다. 서교공이 지하철 내 배터리를 반입한 승객을 고소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지난달 1일 서울 마포구 지하철 2호선 합정역 승강장에서 A씨가 반입한 배터리에서 연기가 발생해 시민들이 대피했다.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으나 한때 지하철 2·6호선이 무정차 통과하고 역사가 폐쇄 조치됐다. 문제가 된 배터리는 20㎏짜리 전기 오토바이 배터리였다.
철도안전법에 따르면 공중이나 여객에 위해를 끼치거나 그럴 우려가 있는 물건은 열차에 휴대하거나 적재할 수 없다. 서교공 여객운송약관도 '화학변화 등에 의해 사람에게 위해를 줄 수 있는 물질'의 열차 내 휴대를 금지하고 있다.
다만 반입 불가한 배터리의 규격이나 품목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는 게 서교공 측 설명이다. 서교공 관계자는 "향후 국토교통부에서 세부 기준을 마련하면 여객운송약관에 포함해 관련 내용을 홍보할 예정"이라며 "처벌보다는 유사 사례 재발을 막기 위해 이번 고소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대용량 배터리를 지하철에 반입하는 행위만으로 처벌까지 이어지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형법 전문 변호사 A씨는 "배터리 용량이 아무리 컸다고 해도 처벌까진 쉽지 않을 것"이라며 "흉기가 아닌 단순 배터리의 반입을 처벌한다면 처벌 대상 위해물품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변호사는 "조사 결과 사고 당시 배터리가 고장난 상태였다면, 고장난 배터리의 화재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많이 알려진 만큼 처벌을 받을 수 있다"며 "단순 이동 목적으로 반입했다면 처벌 가능성이 낮다"고 밝혔다.
소방 전문가들도 화재 위험 물품의 제한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처벌까진 무리라는 입장이다. 이영주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화재위험성이 있는 물품 반입을 제한하는 관리가 필요하다"면서도 "정확한 규정이 미비한 상황에서 배터리를 들고 탔다는 이유만으로 처벌하긴 어렵다"고 했다.
소비자가 아닌 제조자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태헌 국립경국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소비자 과실이 아니라 제품의 문제로 화재가 발생한 경우 제조 회사에서 책임을 져야 한다"며 "리튬배터리 안정성 확보가 필요하지만, 소지한 개인을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제조자가 안전한 제품을 판매하게 해야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