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당 줄게" 어르신 꾀어 '1228억' 돈세탁…'혈연' 피싱범들 검거

박상혁 기자
2025.10.16 12:00
16일 경찰은 유령법인을 설립하고 대포통장으로 보이스피싱 피해금을 세탁한 조직원과 명의를 빌려준 고령층을 검거했다고 밝혔다./사진제공=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경찰이 유령법인을 설립하고 대포통장으로 보이스피싱 피해금 1228억원을 세탁한 범죄 조직원과 명의대여자 등을 검거했다.

16일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은 2019년 10월부터 지난 4월까지 경남 지역에서 유령법인 114개를 세우고 대포계좌 485개를 개설해 보이스피싱 피해금 1228억원을 세탁한 조직원 6명과 명의를 빌려준 고령층 25명을 범죄단체조직죄 등 혐의로 검거했다고 밝혔다. 이 중 국내 총책 등 6명은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조직은 경남 지역에서 '월급식으로 수당을 주겠다'라며 수입이 없는 고령층을 유령법인 명의자로 모집했다. 이렇게 모집한 인원 명의로 114개의 유령법인을 세우고 대포계좌 485개를 개설했다.

개설된 대포계좌는 전국에서 발생한 223건의 보이스피싱 피해금 총 1228억원 세탁에 쓰였다. 고액 현금을 출금할 땐 조직 중간책은 회사 직원으로 위장해 유령법인 대표와 함께 은행을 방문해 정상 거래로 가장했다.

조직은 유령법인 명의자들의 이탈을 막으려고 상여금도 지급했다. 이에 일부 명의자들은 '법인을 세우면 매달 돈을 받을 수 있다'라며 지인에게 모집책을 소개해 범행 확산에 가담했다.

경찰 수사에 대비해 필리핀에 있는 해외총책은 국내 중간책과 수시로 전화 통화 및 텔레그램으로 연락해 대응 요령 등을 지시했고, 명의자들에게 거짓 진술 시나리오를 설명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조직 총책과 중간책 등은 유령법인 명의의 전화로만 연락하거나 가명을 사용해 신분을 숨기며 범행을 이어갔다.

총책 모두 '혈연 관계'…경찰, '명의 빌려주면 형사처벌'
걍찰이 조직원 체포 과정에서 현금을 발견해 압수하는 모습./사진제공=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경찰은 2024년 5월 발생한 보이스피싱 피해금이 △여러 유령 법인계좌를 거쳐 현금·달러로 최종 출금 △법인 대표들이 대부분 고령층 △법인소재지 등이 경남에 집중됐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이후 2024년 6월부터 지난 2월까지 대포계좌 거래 이력 및 법인 명의 전화 통화 기록 등을 확인해 114개의 유령법인과 486개의 계좌, 피싱 피해금 등을 특정했다.

지난 3월 중간책 3명 검거를 시작으로 경찰은 6월 부자 관계인 국내 총책 A·B씨 등 총 6명을 구속했다. 현금·수표 등 2억5000만원은 압수했고 범죄수익금 약 34억원은 기소전 추징보전 조치했다. 대포통장에 남은 42억원은 몰수를 추진 중이다.

경찰은 총책 A씨의 형이자 필리핀에서 범죄수익 세탁을 지시한 C씨에 대해 인터폴 적색·은색 수배 조치했다.

조직 지시를 받고 피싱 피해금을 인출해 전달한 유령법인 대표들에게도 범죄집단 활동 혐의를 적용해 검거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 조직은 혈연관계에 기반해 자금세탁을 지속할 수 있는 구조였다"라며 "허위로 법인을 설립하거나 명의를 빌려주면 형사처벌 대상"이라고 밝혔다. 이어 "보이스피싱에 악용돼 선량한 다수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발생시킬 수 있으니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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