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80시간 근무는 일상이죠."
잡지사에서 일하는 30대 정모씨는 지난 한 달 동안 매일 약 12시간씩 근무했다. 주말도 빼지 않고 주 7일 오전 11시에 출근해 자정에 퇴근했다.
야근 수당은 없었다. 주말 근무때만 5만원 이하 수당이 지급됐다. 법정 근로시간(주 40시간)의 2배 넘게 일했지만 한 달간 받은 추가 수당은 20만원에 그쳤다. 급여를 근로시간으로 나눴을 때 시급은 7000원 수준이었다. 최저시급인 1만30원에 한참 못 미치는 금액이다.
과로에 몸이 반응했다. 정씨는 "몇 달 전 수술을 받았는데 아직 완치가 안 됐다"며 "의사가 진작에 회복됐어야 했는데 수면 부족이라 면역력이 떨어진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과로를 증명할 방법도 없다. 출퇴근 시간을 기록하는 시스템이 없어서다. 정씨는 "회사는 직원들이 얼마나 일하는지 전혀 모르고 알려하지도 않는다"고 토로했다.
스타트업에 다니는 김모씨(32)는 2주 연속 하루 12시간 넘게 일했다. 추가 수당은 전혀 받지 못했다. 김씨는 "프로젝트 마감을 앞두고 회사 로비에서 밤을 새우기도 했다"며 "소파에서 잠깐씩 눈을 붙이면서 일했다"고 말했다.
엔터 기업에서 일하는 이모씨(29)는 지난 2달 동안 주 80시간씩 일했다. 이씨는 "인력이 부족해 주말에도 일할 수밖에 없다"며 "런던베이글뮤지엄 직원 과로사를 보고 팀원끼리 '우리도 쓰러지는 거 아니냐'는 얘기를 했다"고 했다.
최근 런던베이글뮤지엄 직원과 CJ대한통운·쿠팡 등 택배기사들의 과로사 의혹이 제기되면서 주52시간제 보장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018년부터 주 최대근로시간은 법정근로 40시간, 연장근로 12시간 등 총 52시간으로 제한됐다. 어길 시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위반 사례는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 6월까지 연장근로 한도 위반 적발 건수는 총 5770건으로,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정부는 '연간 실노동시간을 OECD 평균 수준으로 단축하겠다'는 목표를 국정과제로 제시한 바 있다. 2023년 기준 한국의 연간 노동시간은 1872시간이었는데, 이를 OECD 평균인 1742시간까지 줄이겠다는 것이다. 주 4.5일제 도입과 근무시간에 관계없이 정해진 수당을 지급하는 포괄임금제 등 제도 개선도 단계적으로 실시할 방침이다. 지난 9월부턴 노동법 위반 사건에 대한 수사권을 가진 '근로감독관' 대규모 채용에도 나섰다.
전문가들은 주 52시간제 보장을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촉구한다. 김기홍 노무법인 돌꽃 노무사는 "주52시간제 위반 신고를 해도 포괄임금제에 포함시키거나 (사업주의) 고의성이 없었다고 판단되면 처벌까지 이어지지 않는다"며 "악용될 소지가 많은 포괄임금제를 폐지하고 근무시간 기록을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종선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주 4.5일제도 도움이 되겠지만 주 5일 최대 52시간 근무도 지켜지지 않는 상황"이라며 "근로감독관을 증원 중인 만큼 연장근로 한도 위반에 대한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