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와 관련한 노만석 전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찰청 차장검사) 고발 사건을 두고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간 팽팽한 긴장감이 형성됐다. 두 기관이 사건 이첩 요청을 두고 진실공방을 벌이면서 두 기관이 수사 떠넘기기 행태를 보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초경찰서는 18일 오후 3시부터 노 전 대행 사건 고발인인 서민민생대책위원회(서민위) 조사를 진행했다.
앞서 서민위는 노 전 대행과 정성호 법무부 장관,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 등 6명을 직권남용·업무방해·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발했다. 검찰의 항소 포기에 법무부, 대통령실 등 윗선의 부당한 지시가 반영됐을 것이라며 관련자들을 고발 조치했다.
경찰은 일단 노 전 대행 고발 사건을 공수처로 이첩하려던 방침을 보류했다. 노 전 대행 외 피고발인 사건들도 함께 공수처로 이첩할지 여부를 검토하기 위해서다. 서초서가 이날 진행한 고발인 조사 내용도 사건 이첩 시 공수처에 넘기게 된다.
경찰과 공수처는 노 전 대행 사건 이첩을 두고 갈등을 빚었다. 서울청은 전날 열린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노 전 대행 사건의 경우 공수처법상 즉시 이첩해야 하는 검사 사건일 뿐 아니라 공수처의 이첩 요청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자 공수처는 "공수처법에 따른 이첩 요청권을 행사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경찰은 인지 통보 이후 공수처로부터 '검사 사건은 그냥 보내면 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듣고 이첩 요청으로 받아들였다는 입장이다. 공수처로부터 이첩 요청 공문을 받진 않았다.
공수처는 실무자간 협의 수준이었을 뿐 이첩 요청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공수처 관계자는 "경찰과 공수처 중 어느 기관이 사건을 맡을지, 노 전 차장 관련 부분을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한 절차 논의였다"며 "지금 어떤 기관이 수사할지는 중요하지 않다. 어차피 공수처가 수사하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공수처법 제25조 2항은 '검사의 고위공직자범죄 혐의를 발견한 경우 수사기관장은 사건을 공수처에 이첩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공수처에 사건이 이첩되더라도 공수처장 판단으로 타 수사기관으로 사건을 재이첩할 수 있다.
정치권에선 경찰과 공수처가 벌인 공방에 수사 떠넘기기 의도가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김상일 정치평론가는 "혐의가 분명히 입증되지 않은 사건을 떠안아 정치적 공방 대상이 되는 걸 바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도 "정권이 좋아할 사건이었다면 두 기관이 먼저 수사하려고 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노 전 대행 사건 수사 권한은 공수처에 있다고 봤다. 다만 나머지 피고발인 사건 이첩에 대해선 의견이 갈렸다.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노 전 대행 사건은 당연히 공수처에서 수사해야 할 사안이고 다른 사건들도 이첩 요청을 해서 넘기는 게 맞다"며 "공수처 존재 이유를 이번 사건을 통해 입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상희 건국대 로스쿨 교수는 "원론적으로 이번 사건은 경찰과 공수처 모두 껄끄러운 사건인 건 분명하다"며 "다른 사건은 관련 범죄지만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노 전 대행 사건만 공수처가 먼저 수사한 다음 추후 (공수처) 요청이 있으면 (경찰이) 나머지 사건도 보내는 게 맞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