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 쌓아놓은 물건 탓에 문 못 열고 옴짝달싹…'감금죄' 인정될까?

송민경 (변호사)기자
2025.11.18 12:00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모습이 보이고 있다./사진=뉴시스

다세대주택의 이웃 문 앞에 사람이 나오기 힘들게 물건을 적치한 70대 요양보호사에게 대법원이 감금죄를 확정했다.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감금죄 혐의를 받은 70대 요양보호사 A씨에게 벌금 30만원의 유죄 판단을 한 원심 판결을 받아들여 확정했다고 18일 밝혔다.

A씨와 피해자인 70대 B씨는 서울 관악구 소재 다세대주택의 옆집에 사는 이웃 주민이었다.

B씨는 A씨가 공용 공간에 물건을 쌓아 통행을 방해한다고 민원을 제기했다. 이에 A씨는 B씨에게 앙심을 품었다.

2024년 4월19일 A씨는 B씨 주거지 현관문 앞과 공동대문 사이 공용공간에 책상·테이블·합판·화분 등 가재도구를 촘촘히 쌓아뒀다. 이 행위로 A씨는 B씨가 유일한 출입문인 현관문을 열고 나가는 것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곤란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쟁점은 A씨가 물건을 적치한 행위가 단순히 출입을 불편하게 하는 행위인지 아니면 피해자의 신체적 자유를 심히 곤란하게 하는 '감금'에 해당하는지였다. 이를 따지기 위해 감금죄의 성립 요건 중 '행동의 자유에 대한 실질적 제한'이 인정되는지를 판단해야 했다.

1심 법원은 "A씨가 물건을 적치한 건 맞다"면서 "괴롭힐 의도였던 것으로 보이긴 하지만 B씨가 물건이 적치돼 있던 4월19일 오전에 외출하고 밤에 귀가했다"며 무죄로 판결했다. 물건들이 있어 출입이 불편했을 뿐, 나오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심히 곤란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2심 법원은 A씨에게 유죄 판결을 내리고 벌금 30만원을 선고했다. 2심 법원은 "피해자인 B씨가 고령 여성인 데다 적치된 물품이 무겁고 키 높이로 쌓여 있어 위험을 감수해야 탈출 가능한 상황이었다"며 "B씨가 주거지에서 나오는 것이 '심히 곤란한 상태'였다고 인정된다"고 했다.

대법원 역시 2심 법원의 판결을 받아들여 확정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감금죄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의 판례에 따르면 감금죄에 있어서 사람이 특정한 구역에서 나가는 것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심히 곤란하게 하는 장해는 물리적, 유형적 장해뿐만 아니라 심리적, 무형적 장해에 의해서도 가능하다. 감금의 본질은 사람의 행동의 자유를 구속하는 것으로 수단과 방법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다. 또 행동의 자유를 전면적으로 박탈할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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