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우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사법연수원 30기)이 "요근래만큼 그동안 쏟아부은 열정이 송두리째 부정당하는 것 같은 박탈감과 자괴감이 드는 시기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 검사장은 21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비공개로 열린 취임식에서 "저 또한 억울한 감정을 부정할 수 없는 게 솔직한 심정"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박 검사장은 또 "최소한 국민들로부터 수사권 행사의 형평성이 지적됐던 장면들, 오만하게 보일 수도 있었던 언행들을 생각해보며 성찰하는 것부터 시작해보자"라며 "자신의 정치적 신념이나 스스로의 관행으로부터도 벗어나 객관적으로 사건을 보려는 노력을 할 때 범죄로부터 국민을 지키기 위해 쏟아부었던 우리의 땀과 노력을 국민들께서 다시 인정해 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힘든 여건이지만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검찰 본연의 업무에 정성을 다하자"며 "경찰 수사에 대한 효율적인 사법통제와 보완수사야 말로 국민들로부터 검찰의 존재의의를 새롭게 인정받을 수 있는 중요한 분야"라고 했다.
아울러 정부에서 논의 중인 검찰개혁 후속입법 관련 구성원들의 뜻을 모으겠다고도 밝혔다.
그는 "형사사법제도는 변할 수 있지만 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고 권익을 구제하는 검찰 본연의 책무는 변할 수 없다"며 "78년간 쌓아온 역량과 가치가 소실되지 않고 계속 이어져 발전해 나갈 수 있게 서울중앙지검 구성원들과 함께 고민하겠다"고 했다.
앞서 박 검사장은 오전 9시쯤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항소포기에 반발하는 구성원들의 생각과 정서에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하고 있다"며 "조직안정화에 최선을 다하기 위해 다양한 의견을 많이 듣고 존중하겠다"고 밝혔다.
박 검사장은 다만 항소 포기가 적절했는지에 대한 질문들에는 수차례 "말씀드리기 적절하지 않다"며 "저에 대해 정확하지 않은 내용이 퍼져있다는 점만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또 정치권에서 집단 반발 검사들에 대한 징계 논의가 나오는 데 대해서는 "검찰 구성원이 반발하는 정서에 대해서는 정치권이 좀 널리 이해해주셨으면 하는 것이 제 소망"이라고 했다.
항소 포기 이후 대장동 일당의 범죄수익금을 제대로 환수할 수 있는지에 대한 우려에는 "오늘 담당부서로부터 직접 보고도 받고 같이 연구해보겠다. 최선을 다해야할 것"이라고 했다.
박 검사장은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퇴한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 후임으로 지난 19일 임명돼 이날부터 임기를 시작한다.
박 검사장은 대검 반부패부장으로서 검찰의 항소 포기 결정에 직접적으로 관여한 핵심 인물로 꼽힌다. 그는 항소제기를 결정한 서울중앙지검에 '신중하게 검토하라'는 취지의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