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김건희 여사와 국민의힘 의원 외에도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에게도 금품을 전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이 이를 수사하지 않으면서 정치권에서는 민중기 특검을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법조계에서는 수사기관이 특정 사안을 수사하지 않았다고 해서 무조건 직무유기죄로 처벌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의견이 많다.
윤 전 본부장은 최근 자신의 재판 피고인 신문 과정에서 "2017년부터 2021년까지 국민의힘보다 민주당과 가까웠다"며 "현 정부의 장관급 인사 등 4명과 국회의원 리스트를 (특검팀에) 말했다"고 밝혔다. 이어 "(통일교 지원은) 한쪽에 치우친 게 아니다"라며 "문재인 정부 시절 인연이 많고 비서실장도 본 적이 있다"고 했다.
특검팀은 지난 10월 한학자 총재와 정원주 전 총재 비서실장, 윤 전 본부장 등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이들은 교단 자금 1억4400만원을 2022년 국민의힘 시도당 및 당협위원장 20명에게 불법 후원한 혐의를 받는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도 통일교 자금 1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다만 특검팀은 통일교 후원금이 민주당 소속 인물 10여명에게 전달됐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는 수사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특검팀은 교단 측 지시가 확인되지 않아 조직적 불법 행위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편파 수사를 지적하며 민 특검을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수사 공정성 시비와 별개로, 직무유기 입증이 쉽지 않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변호사는 "수사 범위 산정에는 수사기관에 권한이 어느 정도 있다"며 "특검 이름도 '김건희 특검'인 만큼 이 부분 조사가 되지 않았다는 것을 두고 직권남용이나 직무유기로 생각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또 수사기관의 직무유기라는 것은 흔히 말해 '알면서도 덮었다'는 것인데 고의성을 입증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고 했다.
다만 "해당 사안을 다른 수사기관으로 이첩하거나 고발하는 방식으로 얼마든지 수사에 대한 의지를 보일 수 있는 부분이 있었을 텐데 그러지 않은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서정빈 법무법인 소울 변호사는 "특검이 '법리 판단을 하거나 증거 수집을 해보니 혐의가 부족했다'고 주장하면 수사 재량으로 인정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결국 의도적 방임을 입증하기 위해 '수사를 하지 않으려 했다'는 수준의 증거나 구체적 지시가 오간 정황을 확인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힘들다"며 "비슷한 사안 중 수사기관의 직무유기가 인정된 사례도 체감상 무척 적다"고 말했다.
한편 같은 논리로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검찰이 의도적으로 부실하게 수사했다는 의혹도 법조계는 특검 수사 초기부터 부정적 전망을 했다. 직무유기 혐의 자체에 대한 입증이 어려운 탓이다. 고의성 유무를 따지려면 외압으로 특정 수사 자체를 막거나 수사 대상임을 인식하면서도 수사하지 않았다는 점이 밝혀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