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론장까지 만든 대법원…각 계층서 '사법개혁 우려 목소리'

정진솔 기자
2025.12.09 16:09
천대엽(오른쪽) 법원행정처장이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 청심홀에서 열린 '국민을 위한 사법제도 개편' 공청회에서 이진수 법무부 차관의 정성호 대독 축사를 듣고 박수치고 있다./뉴시스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이례적으로 직접 사법제도 개편을 주제로 공청회를 열고 각계각층의 의견 수렴에 나섰다. 공청회에선 여권을 중심으로 추진되는 내란전담재판부 등 사법개혁안에 대해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법원행정처가 9일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에서 주최한 '국민을 위한 사법제도 개편 공청회 : 방향과 과제'에서는 '우리 재판의 현황과 문제점'이라는 주제로 토론이 진행됐다. 주로 재판 지연 현상, 재판 지연 해결책으로 거론되는 대법관 증원 등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정지웅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시민입법위원장(변호사)은 "재판 지연의 병목 현상은 대법원이 아니라 1심과 2심, 즉 사실심에서 발생하고 있다"며 "우리 사법 시스템의 진짜 문제는 사실심 부실화와 지연에 있다"고 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대법관 수만 대폭 늘리면 이는 가뜩이나 힘겨운 하급심의 '인력 공동화'를 가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우종 서울고법 인천재판부 고법판사는 재판 진행이 더 빨라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대법관 증원 및 다양화에 논의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며 "그간 결단하지 못한 건 그만큼 고려 요소가 많아서다. 상고심 구성에 따라 사실심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특히 정 변호사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내란전담재판부 추진 관련해 "이번에 내란전담재판부를 허용한다면, 다음 정권에서는 가령 '선거사범 전담부'를, 그다음에는 '대형재난 사건 전담부'를 만들라고 요구할 것"이라며 "사법부는 정치권의 요구에 따라 재판부를 만드는 '정치적 하청기관'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고 염려했다.

이 밖에도 공청회에서는 '증거수집절차·판결서 공개·재판 중계 등 사법의 공정성과 투명성 강화' '노동법원 설치와 국민참여재판 확대 등 사법 참여 확대'를 주제로 각각 토론이 이어졌다.

특히 재판 중계 영상이 법원 비난 목적으로 쓰이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법원은 3대 특검법에 따라 관련 재판 영상을 홈페이지에 게재하고 있다. 유아람 인천지법 부장판사는 "최근 SNS 등에 편집된 상태로 보여지는 재판 영상을 보면 판사 개인에 대한 비난을 넘어서 재판 전반에 대한 부정적 신뢰가 쌓이는 것 같다"고 했다.

전국법원장회의, 전국법관대표회의 등으로 법원이 사법개혁안에 대한 강한 우려를 표명한 가운데 외부 인사들이 대거 참여하는 공청회까지 연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여권 주도의 사법개혁안이 통과되면 국민들에게 미칠 영향과 사법계에 미칠 여파가 큰 것을 고려해 적극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공청회를 통해 공론화된 입장을 종합해 향후 입법과정에서 사법부 입장을 적극적으로 피력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이날 개회사를 통해 "엄중한 사법 현실과 사법개혁의 과제 앞에서 공청회는 사법부로서는 굉장히 큰 의미를 갖는다"고 했다. 이어 "많은 국민들이 사법부에 대한 높은 불신을 보여주고 있다"며 "사법부는 깊은 자성과 성찰을 하고 그것을 해소하기 위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공청회는 오는 11일까지 진행된다. 이날 논의된 △우리 재판의 현황과 문제점 △사법의 공정성과 투명성 강화 등을 포함해 △상고제도 개편 방안 △대법관 증원안 등을 주제로 총 7개 세션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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