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론법학 경시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실무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현행 변호사시험에 철학과 역사 등 이론법학 과목을 추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법조계 원로들 중심으로 나온다.
11일 법무부에 따르면 현행 변호사시험은 민법·상법, 민사소송법·형법·형사소송법·헌법·행정법에 추가로 선택법 한 개를 응시한다. 선택법 과목으로는 국제법, 국제거래법, 노동법, 조세법, 지적재산권법, 경제법, 환경법 등 전문적 법률 분야가 제시돼 있다. 이론법학 과목은 전무하다.
한 현직 부장판사는 "사법고시 때는 이론법학이 선택 과목에 포함돼 있어 사실상 필수적으로 배울 수밖에 없었지만 요즘은 아예 포함되지 않는다"며 "물론 이론 법학이 당장 실무에 크게 쓰이지 않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판례만 외우는 것보단 깊게 고민하는 법학을 발전시키기 위한 차원에서 꼭 필요하다. 이론 법학을 변호사 시험 필수 과목으로 넣어 공부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학생들 사이에선 이론법학을 변호사시험 과목으로 추가하자는 주장에 고개를 젓는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재학생은 "이론법학을 시험 과목에 포함하자는 얘기는 로스쿨 설립될 때나 논의되던 뜬금없는 이야기"라며 "변호사시험 경쟁률이 높아지면서 실용법학 공부만으로도 절대적인 공부 시간이 부족한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변호사시험 과목 추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로스쿨에서 이론법학을 충실히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주장엔 공감대가 대체로 높다.
한 현직 변호사는 "로스쿨 분위기 자체가 경쟁적으로 가다 보니 법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보다는 하루빨리 시험을 통과하거나 다른 학생들보다 더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한 노력 위주로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며 "이를 전환할 만한 계기를 학교와 정부가 함께 고민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미국 하버드 로스쿨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한 대형 법무법인 변호사는 "변호사시험에서 이론적 깊이를 요하는 문제와 실무적 지식을 요하는 문제를 더 균형있게 출제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버드 로스쿨의 경우 이론법학을 포함한 수십가지 이상의 다양한 선택과목들이 있었다. 변호사시험 과목만 수강해서는 졸업에 필요한 학점을 채우기가 어려워 다양한 선택과목을 수강했다"며 "한국 로스쿨에서도 보다 더 다양한 선택과목을 도입해 학생들이 다방면에 관심을 가지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