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시험 중심의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제도가 도입된 후 이론법학이 사실상 사라지면서 장기적으로 국제분쟁 대응력까지 약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법조계에서 나온다.
하창우 전 대한변협회장은 11일 "통상문제에 있어 당신은 이렇게 하려고 하는데 그것이 과연 당신 나라의 정의냐. 국민의 기본권과 맞는 것이냐 등 국제분쟁은 결국 '정의(正義)가 무엇이냐'로 싸우는 것"이라며 헌법적·철학적 기반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형로펌에서 국제중재를 전문으로 하는 변호사도 "많은 로스쿨 학생들이 국제중재 변호사가 되기 위해 외국어능력이나 외국법 지식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이론법학 기반이 탄탄하지 않으면 국제중재 실무가로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라고 말했다.
국제중재 분야는 통상 전례가 없는 상황을 다루거나 외국인인 중재인에게 한국인의 법리를 설명해 이해시켜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때 필요한 것은 영어능력이나 외국법 지식보다 탄탄한 이론이라는 것이 실무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재판·중재와 같은 송무분야에서도 과거보다 법조인들의 역량이 떨어진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요즘 변호사들이 재판부에 내는 서면들을 보면 훈련이 덜 돼 있다는 얘기들을 주변에서도 많이 한다"며 "사안을 분석하거나 정제된 법률적 표현을 쓰는 것이 좀 약한 편"이라고 했다.
이어 "로스쿨 제도 이전에는 법학부를 다니면서 국제법을 공부하거나 다양한 학회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는데, 지금은 로스쿨 3년 동안 변호사시험 과목을 공부하는 것 외에는 다른 것을 해볼 수 있는 여유가 전혀 없다"며 "법학은 수학과 비슷해 공식을 적용해 답을 도출하고, 가장 설득력 있는 풀이법을 만들어내는 것인데 법학을 공부하는 시간 자체가 부족하다보니 기본기 자체가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이 같은 흐름을 이론법학의 부재 탓으로 단정해선 안 된다는 반론도 있다. 대형로펌에서 국제중재를 하는 한 외국변호사는 "사실 국제중재는 실무를 하면서 배우는 측면이 크다보니 변호사의 능력은 개인기량에 따라 많이 다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서울 지역의 한 로스쿨 교수도 "이론법학을 못 배워서 역량이 떨어진다는 것을 체감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