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지난해 말 유명 투자전문가를 내세운 온라인 광고에 현혹돼 투자 리딩방에 발을 들였다. 사기 일당이 만든 가짜 증권사 앱으로 주식 거래를 하자 수억원을 벌었다는 화면이 떴지만 돌아오는 돈은 없었다. 수상하다고 느낀 A씨는 리딩방 계좌 지급정지를 요청하려고 은행을 찾았지만 "지급정지가 불가능하다"는 답을 받았다.
투자 리딩방 사기가 기승을 부리지만 계좌 지급정지 등 피해자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장치가 미비한 상황이다. 리딩방 등 사기범죄에 사용되는 계좌도 은행이 지급정지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해 6월까지 발생한 불법 리딩방 사기 사건의 건당 피해액은 약 8600만원으로, 보이스피싱 건당 피해액인 약 4500만원보다 2배 가까이 많았다.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9월부터 올해 9월까지 접수된 불법 투자리딩방 관련 신고는 1만4629건, 피해액은 1조2901억원에 달했다.
보이스피싱은 통신사기피해환급법에 따라 피해자나 수사기관의 요청이 있으면 사기에 이용된 계좌를 지급정지할 수 있다. 그러나 리딩방 사기는 법에서 규정한 전기통신금융사기에 해당하지 않아 지급정지를 요청할 법적 근거가 없다.
전기통신금융사기의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례가 나왔지만, 법적 근거는 여전히 미흡하다. 지난해 10월 대법원은 불법 리딩방 사기 피해자도 계좌 지급정지를 요청할 수 있다는 취지의 판결을 냈다. 경찰청 관계자는 "판결 이후 (지급정지가) 받아들여지기도 하지만 법적으로는 여전히 지급정지 대상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제도 개선을 위한 입법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경찰청은 불법 리딩방, 로맨스 스캠 등 다중 피해 사기에 사용된 계좌에 대해 은행이 지급정지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준비 중이다. 지난해 12월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도 리딩방 사기를 전기통신금융사기에 포함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지난 2월 정무위원회에 상정된 후 계류 상태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 교수는 "리딩방 사기의 경우 관련 법적 근거가 없어 경찰의 즉각적인 조치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법적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국회에서 지급정지를 보장하는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급정지 요청 주체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행법상 정지 요청 권한은 피해자 본인에게만 있어 주변에서 범죄 사실을 인지해도 즉각 대응이 어렵다. 경찰청 관계자는 "요청 주체를 가족이나 경찰까지 넓힐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는 "아동 학대의 경우 교사나 의사에게 신고 의무가 있다"며 "리딩방 사기에 있어서도 경찰과 은행에 신고 의무와 피해를 막을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