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집주인 자료 안줘도 중개인은 선순위 저당권 조사·설명해야"

송민경 (변호사)기자
2026.01.13 12:00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모습이 보이고 있다./사진=뉴시

다세대주택의 임대차계약을 중개할 때 임대인이 자료요구에 불응한 경우라도 부동산 중개인은 해당 호실에 선순위 임대차 보증금 채권이 얼마나 있을 수 있는지 조사하거나 확인해 임차인에게 설명할 의무가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부동산 중개인이 해야 할 주의의무라는 해석이다.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A씨가 한국공인중개사협회를 상대로 낸 공제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판단하기 위해 원심 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13일 밝혔다.

임차인 A씨는 공인중개사인의 중개로 2020년 4월 총 8개 호실로 이루어진 다가구주택 중 402호에 대해 보증금 1억1000만원에 B씨와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다. A씨는 같은 달 27일 전입신고까지 마쳤다.

해당 다가구주택에는 채권최고액 7억1500만원에 해당하는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었고 나머지 호실에 대해 선순위 임대차보증금채권 합계 7억4000만원이 있는 상태였다. 임대차 계약 당시 A씨에게 교부된 중개대상물 확인 설명서에는 '임대인의 자료 제출 불응으로 선순위 다수 있음을 구두로 설명 들음'이라고 기재돼 있었다.

2021년 6월 다가구주택에 관한 경매절차가 진행됐고 A씨는 임대차보증금을 전혀 배당받지 못했다. 이에 A씨는 부동산 중개인의 주의의무 위반으로 임대차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한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고 부동산 중개인과 공제계약을 체결한 협회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1심 법원은 부동산 중개인의 주의의무 위반을 인정하고 A씨에게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2심 법원은 부동산 중개인의 주의의무 위반을 부정하고 원고에게 패소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판단하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부동산 중개인의 주의의무 위반을 인정한 것이다. 지금까지는 임대인이 공인중개사법체 따른 자료요구에 불응한 경우 중개업자가 다가구주택의 기존 선순위 임대차보증금에 관헤 어떠한 확인·설명 의무를 부담하는지에 관해 명시적인 선례가 없었다.

대법원은 "계약 설명서에는 '구두로 설명했음' 이라는 내용이 전부이고 선순위 임대차보증금 채권이 얼마나 있을 수 있는지를 조사하거나 확인해 원고에게 설명하지 않았다"면서 "설령 임대인이 관련 자료의 제공을 거부했더라도 다가구주택의 규모와 전체 세대수, 주변 임대차보증금 시세에 비춰 먼저 대항력과 확정일자를 취득했거나 소액임차인으로 보호받는 선순위 임대차보증금채권이 얼마나 있을 수 있는지 정도는 확인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인중개사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와 신의성실로써 해당 다가구주택에 선순위 임대차보증금채권이 얼마나 있을 수 있는지 조사하고 확인해 임차의뢰인에게 성실하게 설명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봐야 한다"라며 "중개업자가 고의나 과실로 이러한 의무를 위반해 임차의뢰인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발생하게 한 때에는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했다.

또 대법원은 "만약 원고가 이미 다른 호실에 상당한 금액의 선순위 임대차보증금채권이 존재할 수 있단 사정을 알았다면 해당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거나 적어도 같은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며 "공인중개사로서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 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고 이같은 판결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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