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지일 뿐이라고요?"…축구장 3개 크기 우주센터가 제주로 간 이유

이정혁 기자
2026.02.17 04:30

오영훈 제주특별자치도지사 인터뷰

오영훈 제주특별자치도 지사/사진제공=제주도

지난해 12월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에서 국내 최대 위성제조 인프라 '한화 제주우주센터'의 준공식이 거행됐다. 제주우주센터는 축구장 4개 크기에 달하는 3만㎡(약 9075평) 부지에 연면적 1만1400㎡(약 3450평) 규모의 민간 주도형 위성 생산기지다.

국토 남단에 위치한 제주에 국내 유수의 그룹사인 한화가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것은 단순한 지리적 이점 때문이 아니다. 제주가 첨단산업의 요람으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선 8기' 오영훈호(號) 출범 이후 제주는 첨단 기술산업의 테스트베드로 거듭나고 있다.

제주는 이제 더 이상 관광말고는 볼 것이 없는 산업의 불모지가 아니다. 지난 2022년부터 현재까지 총 6개 기업이 제주로 터전을 옮겼고 지난해엔 제주 기업으로는 첫 상장사가 탄생하기도 했다. 제주의 변신이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제주는 지금 국내 주요 기업이 주목하는 첨단산업 블루칩으로 자리매김해나가고 있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관광과 1차산업 등 기존 산업은 한층 활성화하고 우주산업과 탄소중립 등 미래 먹거리까지 육성하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며 "토종 제주 기업은 물론 제주로 이전한 기업의 자생력과 경쟁력 강화를 통해 '투자유치-투자자 이익 창출-재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체계를 구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오 지사와의 일문일답.

-제주에 주요 기업이 몰리고 있습니다. '기업하기 좋은 제주'를 만들겠다는 공약이 적중한 것 같습니다.

▶민선 8기 제주도는 첨단산업을 키우는데 모든 역량을 집중했습니다. 2022년부터 지난 달까지 총 17개 기업과 MOU를 체결하고 이를 통해 총 3506억원 규모의 투자와 함께 1286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지난 도정 대비 협약 건수는 2배, 투자유치 규모와 일자리 창출 건수는 4배에 달하는 규모입니다.

특히 한화 제주우주센터는 제주가 '뉴 스페이스의 심장'으로 다시 태어났음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볼 수 있습니다. 제주에서 만든 위성이 제주 앞바다에서 우주를 향해 비상하는 독자적인 공급망이 완성됐다는 데 의의를 두고 싶습니다.

지난 2022년부터 제주로 이전해 온 기업은 총 6개사입니다. 이 중 아이엘로보틱스(전 아이엘커누스)는 지난해 11월 제주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코넥스 상장에 성공했습니다. 올해는 2개사가 상장에 도전하고 있고 도는 지원을 아끼지 않을 생각입니다. 현재 예비 상장 단계의 기업 11개사를 육성하고 있는 만큼 지속적으로 상장사가 배출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제주도는 지난해 기후부와 '2035 제주 탄소중립 추진 협의체'를 구성한 데 이어 현대차와도 협약하는 등 탄소중립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지사님이 그리는 제주도의 미래 청사진을 말씀해주시길 바랍니다.

▶'2035 탄소중립 비전' 실현을 위해서 제주도는 올해부터 '도민이 느끼고'(체감) '도민이 이끌고'(주도) '도민이 함께하는'(참여) 기후동행 파트너를 구성할 생각입니다. 특히 기후행동이 도민의 손에 실제 잡히는 소득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온실가스감축 도민실천 마일리지 플랫폼'을 구축하고 탄소중립 실천 확산에 드라이브를 걸 계획입니다.

그동안의 가장 큰 성과는 재생에너지를 그린수소로 전환해 수소버스와 수소승용차를 운영하는 국내 유일의 그린수소 생태계를 조성한 것입니다. 그린수소는 에너지 대전환을 위한 핵심 에너지원입니다. 그린수소의 현실적 활용 가능성에 대한 의문에 대해 제주는 실제 사례로 해답을 제시해왔고 그 결과 정부와 현대차가 관련 분야 투자를 위해 제주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현재 제주에서 진행되고 있는 그린수소 생산 프로젝트사업은 총 5개로 그 규모가 2062억원에 달할 정도입니다. 제주가 그린수소 관련 '규모의 경제'를 가장 먼저 달성할 것으로 확신하고 있습니다.

오영훈 제주특별자치도 지사/사진제공=제주도

-최근 몇 년 새 엔저 등으로 일본으로 여행을 떠나는 내국인이 늘었습니다. 제주 관광산업 발전에 대한 복안을 듣고 싶습니다.

▶내란과 무안국제공항 사고 등의 여파로 지난해 초 제주를 찾는 내국인 관광객 수가 전년 동기 대비 18%대 급감했습니다. 제주도는 줄어든 내국인 관광을 되살리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대국민 여행지원금 '제주의 선물' 지원, 여행주간 운영, 대도시 팝업을 통한 홍보, 지속가능한 제주관광을 위한 제주와의 약속 등 다양한 관광유치 활동을 펼쳤습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제주도를 찾는 내국인 관광객이 다시 늘고 있습니다. 특히 전통적인 비수기인 지난해 6월 이후 반등세가 한층 뚜렷해졌습니다. 지난해 12월12일 기준 제주 방문 누적 관광객 수는 1313만 239명입니다. 전년 동기(1312만 9559명)와 비교해 680명 늘어나며 결국 플러스로 전환했습니다.

제주도에서 관광은 기간산업입니다. 올해 관광정책의 방향은 안정적 수요를 확보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는 동시에 체류형 관광으로의 전환을 통해 질적 성장을 함께 견인한다는 구상입니다. 올해 제주는 '2026 더-제주 four seasons 방문의 해' 캠페인을 전개합니다. 제주의 문화와 자연을 결합한 사계절 테마를 설정하고 그 테마를 중심으로 체류형 관광 프로그램을 대폭 확충하려고 합니다.

-제주도는 지리적 특성상 1차산업의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기후 변화에 대비한 도정 차원의 1차산업 체질 개선은 어떻게 준비하고 계십니까.

▶그동안 제주 농업은 기후 변화와 인력 부족, 유통 구조의 불확실성이라는 삼중고를 겪어왔습니다. 현재 제주의 1차산업은 AI(인공지능)·디지털·에너지 기술이 결합된 미래산업으로의 진화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농업·축산·식품 분야에 총 2412억 원의 예산을 집중 투입해 생산자 중심의 자율적 수급관리체계 구축, '그린+푸드테크' 산업 육성 등 제주 미래농업의 경쟁력 강화에 역량을 집중할 생각입니다.

먼저 전국 최초의 데이터·AI 기반 농업 플랫폼인 '제주DA'에 축적된 빅데이터를 활용해 감귤과 월동채소의 수급을 자율적으로 조절하고 농가별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할 계획입니다. 또한 유통의 디지털 전환을 위해 올해 스마트 산지유통센터(APC)를 확충하고 온라인 도매시장 거래를 확대해나갈 것입니다. 아울러 내륙 거점 통합물류센터를 기존 3개 지역에서 충청·강원권까지 확대해 제주 농산물이 전국 어디든 빠르고 저렴하게 배달될 수 있는 체계를 완성할 생각입니다.

-올해 처음으로 제주도 총 예산의 25% 이상이 복지에 투입됩니다. 체감적으로 달라지는 내용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제주도의 올해 사회복지예산은 1조9726억원입니다. 민선 8기 공약인 '사회복지예산 25% 달성'이라는 목표를 드디어 달성한 거죠. 올해 복지예산은 돌봄 공백을 메우고 생애주기별 위험을 줄이기 위한 투자 차원입니다. 녹록지 않은 재정 여건 속에서도 생활밀착형 복지 투자로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만드는 데 집중했습니다.

기초연금과 노인일자리 사업 등을 포함한 노인복지 예산이 5634억원으로 가장 비중이 큽니다. 아동수당과 영유아 보육료 등 보육·청소년 분야에 4363억원, 장애인을 포함한 취약계층 지원에 3396억원을 각각 편성했습니다.

-제주4·3사건 특별법 또한 기억에 남는 일입니다. 국회의원 시절 관련 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고 본회의 통과까지 이끌어내면서 국가의 배보상 책임을 명시하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국회의원이던 2021년 10월 28일 제주 4·3사건 희생자에 대한 배보상을 주요내용으로 '4·3특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2021년 12월 9일 본회의 통과에 이어 이듬해 1월 11일 법이 공포됐죠. 제주 4·3사건에 대한 실질적 보상이 이루어지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자부심이 있습니다.

2022년도 하반기부터 희생자, 유족으로부터 보상금 지급을 위해 신청 접수를 받아 현재까지 총 6413억원의 보상금이 지급됐습니다. 4·3 희생자로 결정된 1만5088명 중 1만2470명이 신청했고 이 중 66%인 8280명의 희생자에 대해 보상금 지급이 결정됐습니다. 올해는 남아있는 신청 희생자를 대상으로 나머지 2000억원 전액을 지급할 수 있도록 행정적 지원을 다할 것입니다.

-끝으로 지난 3년 8개월 동안 도정을 이끈 소감이 궁금합니다.

▶위기의 순간마다 '행정의 존재 이유는 결국 도민의 삶'이라는 원칙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제주 맞춤형 응급의료체계를 구축해 골든타임을 획기적으로 단축했고 제주가치돌봄과 건강주치의 시범사업을 통해 돌봄과 의료의 공백을 메우는 데 힘썼습니다. 청소년 대중교통비 전면 무료화 역시 이동권을 넘어 도민 삶의 기본권을 확장하는 정책이었다고 생각합니다.

1차산업, 탄소중립, 우주산업 등 제주의 미래 먹거리를 준비하는 데도 집중했습니다. 제주의 강점을 살린 산업 혁신과 에너지 전환, 첨단산업 기반 구축은 단기 성과를 넘어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제주 경쟁력의 토대가 될 것입니다. 남은 임기 동안에도 지난 3년 8개월의 성과가 도민의 삶 속에서 체감될 수 있도록 끝까지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오영훈 제주특별자치도 지사/사진제공=제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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