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이었던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사건이 서울중앙지법으로 이첩되면서 첫 공판준비기일이 진행됐다. 박 전 총장은 군사법원에서 주장해온 것과 동일하게 "국헌문란의 목적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박 전 총장 측은 23일 오후 2시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부장판사 이현경) 심리로 열린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등 1차 공판준비기일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이날 박 전 전총장은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공판준비기일은 본격적 심리에 앞서 피고인과 검찰 양측의 입장을 확인하고 입증 계획을 논의하는 절차로 피고인 출석 의무는 없다.
박 전 총장 측은 이날 국회 전면 통제를 박 전 총장이 지시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박 전 총장의 변호인은 "박 전 총장은 당시 계엄상황실에 있어서 외부 상황을 인식할 수 있는 방법은 TV뿐이었다"며 "그런 상황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어떻게 조지호 전 경찰청장에 국회를 전면 통제하라 할 수 있는지 굉장히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도 박 전 총장이 조 전 청장을 통해 국회 전면 통제를 지시한 것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박 전 총장 측과 쌍방으로 조 전 청장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특검팀은 "박 전 총장이 12·3 비상계엄 당시 경찰 인력 증원만 요청했을 뿐 국회 봉쇄 요청은 안 했단 점에 대해 입증하고자 조 전 청장을 증인으로 신청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박 전 총장 측과 검찰 측의 의견을 듣고 오는 4월30일 오후 2시10분 조 전 청장을 불러 증인신문을 진행하기로 했다.
향후 재판 과정에서 박 전 총장이 특전사의 헬기 진입을 승인했는지 여부도 쟁점이 될 전망이다. 박 전 총장 측은 특전사 헬기가 국회로 가는 과정에서 진입한 사실을 보고받았을 뿐 승인하진 않았단 입장이다. 박 전 총장 측은 "군사법원에서 이 부분 증인신문을 마쳤다"며 "군사법원에서의 증인신문 결과와 증거기록을 검토했을 때 헬기가 국회에 진입한 시간 2분 후에 박 전 총장에게 전화가 왔다. 그런데 박 전 총장이 승인해서 진입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 외에도 박 전 총장은 군사법원에서 재판받는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강요에 따라 소극적 임무를 수행했고 △계엄사령관으로서 정당한 직무수행을 했을 뿐 국헌문란의 목적이 없으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점거나 영장 없는 압수수색, 민주당사 점거 등을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총장은 12·3 비상계엄 선포 당시 계엄사령관으로 임명됐다. 박 전 총장은 지난해 10월 제6공화국 최초의 계엄사령관이란 불명예를 안고 전역했다. 박 전 총장은 내란 중요임무 종사·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가 적용됐다. 박 전 총장은 계엄사령관으로 임명된 후 위헌·위법한 포고령을 발령한 혐의를 받는다.
비상계엄 선포 후 육군본부 등에 대한 지휘 통솔권을 남용해 군 병력의 국회 투입을 조력하는 등 소속 군인들에게 부당한 지시를 내린 혐의도 있다.
현역 군 장성이었던 박 전 총장은 중앙지역 군사법원에서 재판을 받아왔지만 전역 후 민간인 신분이 되면서 주거지 관할인 대전지법 논산지원으로 사건이 이송됐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최근 논산지원에 박 전 총장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에서 병합 심리해야 한다는 취지의 이송 신청서를 제출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였다.
이날로 준비절차가 마무리되고 다음 기일은 정식 공판 절차에 돌입한다. 재판부는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의 내란 사건과 병합해 심리할 예정이다. 다음 기일은 3월16일 오후 2시로 지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