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취득세와 등록세 통합…누구를 위한 세제개편이었나

김대호 법무법인 화우 회계사
2026.02.25 16:53

[the L] 화우의 조세전문 변호사들이 말해주는 '흥미진진 세금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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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관련 삽화./사진=임종철 머니투데이 디자인기자

우리 헌법은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납세의 의무를 지고 조세의 종목과 세율은 법률로 정한다'는 내용으로 조세법률주의를 선언하고 있다. 세율을 법률로 정하고 있지만 내용이 지나치게 어렵고 복잡해 일반인은 물론 전문가조차 이해하기 어렵다면 원칙이 지켜진 것으로 볼 수 있을까.

취득세와 그에 부수되는 세금은 더 어렵고 복잡하다. 서울시에 법인을 설립해 서울시 내 부동산을 사는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지방세법은 이러한 경우 표준세율의 3배에서 중과기준세율의 2배를 뺀 세율을 적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표준세율은 4%로 규정되어 있고 중과기준세율은 2%이니 취득세율은 8%(= 4% x 3 – 2% x 2)가 된다.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그냥 8%의 세율을 작용한다고 하면 되는데 왜 이렇게 세율을 난해하게 규정하고 있을까.

이는 종전에 나뉘어 있던 취득세와 등록세를 취득세로 통합한 2011년 지방세제 개편의 여파다. 개편 전 지방세법은 유상 취득하는 부동산에 대한 취득세와 등록세의 기본세율을 2%로 하되 이처럼 대도시에 설립된 법인이 대도시 내 부동산을 사는 경우 기본세율의 3배로 등록세를 중과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취득세와 등록세를 합해 총 8%(취득세 2% + 등록세 6%)의 세율이 적용됐다.

그런데 통합 후 취득세율을 단순히 표준세율의 3배로 규정할 경우 12%의 세율이 적용돼 세부담이 늘게 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표준세율의 3배에서 중과기준세율의 2배를 뺀 세율을 적용하도록 규정한 것이다. 종전의 취득세율과 등록세율의 합계를 표준세율로, 종전의 취득세율을 중과기준세율로, 각각 대체한 셈이다.

이는 당시 대통령의 선거 공약을 이행한 것이다. 건설회사 출신으로 많은 부동산을 갖고 있던 그는 부동산 거래 시 통상 취득세와 등록세가 함께 부과됨에도 둘을 나눠 내는 것이 불편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간단하지만은 않다. 종전 취득세나 등록세 중 하나가 중과되는 경우가 있고 둘 다 중과되는 경우도 있다. 과점주주의 취득처럼 종전 취득세만 부과되는 경우가 있고 합병으로 인한 취득처럼 종전 등록세만 부과되는 경우도 있다.

지방세특례제한법, 조례 등에 따라 종전 취득세나 등록세 중 하나가 감면되는 경우도 있고 둘 다 감면되는 경우도 있다. 지방세 감면 특례 제한 규정에 따라 취득세 면제규정에도 불구하고 85%만 감면되는 경우도 있다.

또 종전 취득세 부과액에 대해서는 10%의 세율로 농어촌특별세가 부과되고 종전 취득세나 등록세의 감면액에 대해서도 20%의 세율로 농어촌특별세가 부과된다. 종전 등록세 부과액에 대해서는 20%의 세율로 지방교육세가 부과된다.

이처럼 다양한 변수들이 결부되는 경우 취득세와 그에 부수되는 세금, 특히 체계가 복잡한 지방교육세의 금액을 정확히 계산하는 것은 때로는 거의 '과학의 영역'이 된다. 세금 계산의 가장 기본이 되는 세율을 파악하는 것부터 말이다.

전문가도 이해하기 힘든 판에 일반 국민들이 알 수 있겠는가. 불가능하다고 본다. 이는 성격이 전혀 다른 두 세금을 심도 있는 검토 없이 성급히 통합한 탓이다.

차라리 옛날로 돌아가자. 그때가 오히려 나았다. 취득세와 등록세를 따로 내는 것이 그리 불편하면 납기와 서식을 통일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법무법인(유) 화우의 김대호 회계사./사진제공=법무법인 화우

법무법인(유) 화우의 김대호 회계사는 2001년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했으며 2011년 화우에 합류했다. 다수의 국내외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세무자문과 불복 업무에 참여하면서 복잡한 조세문제에 대한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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