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중동 정세가 악화된 가운데 피해를 입은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필사적으로 탈출한 이들의 경험담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 4일 A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두바이 탈출기' 영상을 올렸다. 부모님과 함께 여행 중이었던 A씨는 지난달 28일 두바이에서 마지막 밤을 보낸 후 다음 날 인천행 대한항공 직항 항공기를 탈 예정이었다. 하지만 미국의 이란 공습이 시작됐고, 결국 대한항공은 두바이와 인천을 오가는 항공편을 취소했다.
A씨는 "곧 개강이라 유급이 현실화되기 일보 직전이었다. 그러다 유급이 문제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트위터에서 폭격 사진을 봤는데 우리 호텔에서 멀지 않은 곳이었다"며 "가족들에게 지금이 제때 한국에 갈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열심히 설득해서, 당장 육로로 오만으로 건너가서 비행기를 예매하자고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영사관에서도 별다른 안내가 없고, 교민들 오픈채팅방에서는 두바이에서 대기하는 걸 권했지만 우리 가족에게는 지금 오만으로 가는 게 정답이라는 확신이 있었다"며 "밖에서는 계속 '쿠궁' 소리가 들리고, 언제 대피해야 할지 모르니 최소한의 짐을 싸놓은 채 귀국 루트를 짰다"고 했다.
당시 오만으로 향하는 버스는 매진됐던 터라 A씨는 부랴부랴 국경을 넘어 오만 무스카트 국제공항으로 가는 택시를 예약했다. 그런 뒤 태국 푸켓,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를 거쳐 인천으로 입국하는 항공편을 예약했다.
그러나 국경을 통해 오만으로 가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이유로 택시 회사에서 예약을 일방적으로 취소했다. A씨는 "이미 비행기를 예약해 놓은 상태였고 택시비 지불도 다했는데 이렇게 취소할 수 없다고 따졌다"며 "강하게 항의하자 다른 택시 회사와 연결해줬다. 결국 다음날 오전 우여곡절 끝에 택시를 탔다. 1시간 뒤 내 거처도 알 수 없지만 지금 걱정한다고 딱히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했다.
이후 UAE 출국 검문소를 지나 오만 입국 검문소를 거쳤고 입국 심사 완료 후 다른 택시로 바꿔탔다. 택시비는 3인 기준 130만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오만 여행 후 두바이로 간 거였는데, 하루 만에 다시 오만으로 올 줄 몰랐다. 무한의 시간이 흐르는 것 같았다"고 했다. 약 4시간을 달려 도착한 무스카트 공항에는 현장 발권하려는 사람들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었다.
A씨는 무스카트 공항에서 4시간 이상 기다린 후 태국 푸켓 공항에 도착했고, 푸켓 공항에서도 6시간 이상 체류한 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 갈 수 있었다. 이후 인천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A씨는 "눈 앞에 서울이 있을 때 거짓말 같았다. 믿기지 않았다"며 "80일간의 세계일주를 하고 온 것 같았다"고 했다.
중동 사태 여파로 현지에서 발이 묶였던 우리 국민들이 속속 귀국길에 올랐다. 이란 체류 한국인 20여명은 주이란대사관이 임차한 버스를 타고 이란 수도 테헤란을 출발해 국경을 넘어 인접국 투르크메니스탄으로 대피했다. 이후 다시 대사관 임차버스를 타고 수도 아시가바트 공항으로 이동한 뒤 튀르키예 이스탄불 공항을 경유해 전날 귀국했다.
귀국 일행에 있었던 이란 여자배구 국가대표팀을 맡고 있는 이도희 감독은 "토요일 저녁에 대사관에 들어갔고, 일요일 하루 동안 그곳에 있었다. 아마 그때 가까운 곳에 폭격을 맞은 것 같다. 굉장히 큰 폭발음이 들렸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교민들도 굉장히 놀라셨다. 대사관에 지하 공간에 있었는데, 그곳에 대피해 있었다"고 했다.
주이란대사관 직원 김나현씨는 "육로로 안전한 곳까지 이동하는 데 시간이 꽤 오래 걸렸다. 20시간 넘게 버스를 타고 이동했는데 그게 가장 힘들었다. 새벽에 출발해 화장실 가는 시간 외에는 계속 이동했다"며 "몇 ㎞ 정도인지는 가늠하기 어렵지만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공습을 목격했다). 이란 정부가 통신망을 차단해 휴대전화 사용이 거의 불가능했다. 한국에 있는 가족들과 연락도 잘 닿지 않았고 투르크메니스탄으로 이동한 뒤에야 가능했다"고 전했다.
한편 중동사태 발발 후 두바이에서 인천국제공항으로 오는 직항편이 처음 재개된다. 6일 두바이 공항과 현지 체류 국민 등에 따르면 에미레이트항공은 현지시간으로 이날 새벽 3시 30분(한국시간 오전 8시 30분)과 4시 45분(오전 9시 45분)에 두바이를 출발해 인천으로 향하는 직항편을 운행하기로 했으나, 출발이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