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고발 남발' 법왜곡죄 우려 현실로?…무한고소 막을 수 있나

오석진 기자
2026.03.17 15:30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 법원 깃발이 휘날리는 모습. /사진=뉴스1

법왜곡죄가 신설된 뒤 조희대 대법원장은 물론 특정 사안에 무죄 판단을 한 판사가 고소되는 등 고소·고발 남발 우려가 현실화하는 모습이다. 법조계에선 예외적 규정을 마련하는 등 보완 조치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민민생대책위원회(서민위)는 최근 서울경찰청에 일명 '3대 특검'(내란·김건희·채 해병) 관계자와 오동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처장, 이재승 공수처 차장 등 총 28명을 법왜곡죄와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다.

법왜곡죄 시행 첫날에는 조희대 대법원장이 고발됐다. 고발인은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판결을 문제삼았다. 스마트솔루션즈 주주연대가 강영권 전 에디슨모터스 회장에게 일부 무죄를 선고한 1심 판사를 고소하기도 했다. 모두 법 시행 나흘 만에 일어난 일들이다.

알려지지 않는 고소·고발까지 포함하면 법왜곡죄 고소·고발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차진아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수사기관이나 판사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불만족한 쪽에서 법왜곡죄를 적용해 고소·고발이 가능하게 된 것"이라며 "법왜곡죄 신설 전에도 판·검사 및 수사관들은 직권남용이나 직무 유기로 고발되는 경우가 다수였는데 신설 후 더 심해졌다"고 말했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도 "앞으로 더 많은 사안이 법 왜곡죄로 수사기관에 접수될 것"이라며 "수사 대상이 된 사람들 뿐 아니라 수사를 하는 기관의 행정적 부담을 생각해서라도 대비책이 절실하다"고 했다.

한번의 고소·고발은 꼬리를 물고 무한대 고소·고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가장 크다. 특정 사안에 대한 수사기관 등의 처분이 나왔을 때 마음에 들지 않으면 법왜곡죄로 고소를 하고, 법왜곡죄 관련 처분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또 법왜곡죄로 고소를 할 수 있어서다.

서정빈 법무법인 소울 형사전문변호사는 "이론적으로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며 "예전 같으면 수사기관이 '수사 개시 자체가 필요 없는 건'이라고 판단해 반려할 수 있었다면 이젠 불송치를 하더라도 일차적으로는 수사 개시를 해야 해 업무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예외적으로 법왜곡 혐의에 대해서는 '무조건 수사 개시'가 아닌 구체적으로 내용을 따진 뒤 수사 여부를 결정한다든지 하는 식의 조치를 고민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했다.

입법 목적에 동의하는 법조인도 실효성 있는 제도 안착을 위한 대비책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 법조인은 "법원과 수사기관에 엄격하고 객관적으로 법 집행을 하라는 취지는 공감한다"며 "고소·고발 건수가 많아 실질적으로는 처벌까지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법률이 갖는 선언적 의미가 있긴 하겠지만, 이는 통상 역사적으로 오래되거나 사문화된 법률들이 현실적으로 문제되지 않을 때 비로소 의미를 찾는 것"이라며 "법왜곡죄는 신설된 규정인 만큼 고소·고발이 난무하는 걸 그대로 두기보다 입법 목적에 맞게 적용이 될 수 있도록 보완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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