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해치려 한다는 망상에 빠져 친구를 살해한 30대 남성이 징역 30년을 선고받은 가운데 피해자 유족이 가해자로부터 사과도 받지 못했다며 엄벌을 촉구했다.
피해자 누나라고 밝힌 A씨는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동생은 친구 만나러 나갔다가 목숨을 잃었다. 가해자는 어릴 적 우리 집에 와서 밥도 먹고 잠도 자던 사이였다"며 "하지만 미리 준비한 흉기로 동생을 20번 넘게 찔러 살해했다"고 말했다.
이어 "동생은 살기 위해 도망쳤다. CC(폐쇄회로)TV에 무릎 꿇는 모습까지 찍혔다. 믿어달라고, 살려달라고 애원했던 것"이라며 "그러나 가해자는 멈추지 않았다. 도망치는 동생을 끝까지 추격했고, 이미 쓰러진 상태에서도 계속 흉기를 휘둘렀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형사 기록을 보면 가해자는 피해자에 대한 죄책감보다 다친 손을 못 쓰게 될까 걱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사람을 죽이고 가장 먼저 걱정한 것은 자기 신체였다"며 "재판 때마다 사과를 요구했으나, 가해자는 한 번도 사과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A씨는 "이 사건은 우발적 범행이 아니다. 가해자는 범행 전 흉기를 구매했고 당일 사용할 생각이었다고 진술했다"며 "그럼에도 1심 재판부는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동생을 잃은 뒤 우리 가족의 시간은 멈춰있다. 부모님은 잠을 이루지 못하고, 저도 사람을 믿는 게 두려워졌다"고 호소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판사 최정인)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이모씨(33)에게 지난달 징역 30년을 선고하고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10년간 부착을 명령했다.
이씨는 지난해 8월 6일 오후 11시쯤 서울 마포구 대흥동에서 친구인 30대 남성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씨는 피해자가 자신을 해칠 것이라는 망상에 빠져 흉기를 미리 준비했다. 그는 피해자와 함께 술을 마시던 중 흉기를 휘둘렀고, 도망치는 피해자를 200m 이상 따라가며 추가 공격했다.
피해자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사망했다. 이씨는 현장 인근에서 경찰에 긴급 체포됐으며 범행 과정에서 입은 부상으로 치료받았다. 이씨는 조현병을 앓고 있음에도 범행 3개월 전부터 약 복용을 임의로 중단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이씨는 최후 진술에서 "약을 먹으면 너무 피곤하고 힘들어 많이 복용하지 못했다. 피해자와 유족에게 평생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겠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와 대화하며 자신을 음해한 적 있는지 확인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처음부터 살해할 의도로 불러낸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씨가 조현병 약물 치료를 중단하며 환청과 망상 등 증세가 악화한 점과 범행 몇 달 전 치킨집을 개업하며 느낀 수익에 대한 압박감이 범행에 영향을 준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약을 먹어도 환청이 사라지지 않고 줄어드는 데 그쳐 복용 의지가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며 "범행을 인정하는 점과 형사 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 등을 참작했다"고 징역 30년 선고 이유를 밝혔다.
검찰은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이씨는 항소하지 않았다.
A씨는 항소심 재판을 앞두고 엄벌 탄원서를 모으고 있다. 그는 "억울하게 세상을 떠난 동생 사건이 가볍게 지나가지 않도록 힘을 보태달라"며 "재판부는 피고인을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할 수 있는 법정 최고형을 선고해달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