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막을 헤치고 깨끗한 진실의 증거를 드러내는 일, 저와 태평양이 가장 잘하는 일이었습니다."
론스타에 이어 쉰들러 국제투자분쟁(ISDS)를 승소로 이끈 김준우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가 최근 머니투데이와 만나 한 말이다. 김 변호사는 한국 정부를 대리하는 팀에서 핵심적 역할을 맡았다. 그는 오랜 기간, 쉽지 않은 싸움을 이어온 결과가 좋아 뿌듯하다고 했다.
스위스 승강기 업체 쉰들러는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 중재판정부에 '한국 정부가 외국 투자자들에게 차별 대우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상대방이 마치 지저분한 연막을 치는 것과 같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연막을 헤치고 깨끗한 증거·진실을 드러내고자 했다"며 "일관된 증거를 통해 한국 규제당국은 원칙적으로 일했을 뿐이란 점을 피력하자 중재판정부도 한국 정부를 믿어줬다"고 했다.
쉰들러 ISDS와 론스타 ISDS에서 모두 한국 정부가 승리하면서 국민 혈세를 지켜냈다. 두 사건에 모두 관여한 김 변호사는 사건 과정에서 '중심을 지키는 일'에 특히 신경을 썼다고 한다. 쉰들러의 공격을 방어하다 보면 자칫 현대엘리베이터의 편을 드는 것처럼 보일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어느 쪽 편을 드는 것이 아니고 정당한 규제 원칙에 따라 당국이 판단했을 뿐이란 입장을 사건이 진행되는 8년 동안 일관되게 지켜왔다"고 말했다.
앞서 있었던 론스타 ISDS에서의 경험이 쉰들러 사건 승소에도 큰 도움이 됐다. 쉰들러 사건을 이기기 위해 규제당국의 내부 자료를 보고 검토 과정을 이해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법무부와 태평양은 론스타 사건 당시 금융당국과 협업했던 경험을 살려 순조롭게 공정위 등의 협조를 받을 수 있었다.
김 변호사는 이를 바탕으로 한국 규제당국이 당시 어떤 검토 끝에 의사결정을 하게 됐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데 주력했다. 김 변호사는 "중재판정부가 당국의 판단 과정을 헤아릴 수 있도록 한 것이 태평양 변호사들이 한 일"이라고 했다. 다양한 쟁점이 얽혀있는 만큼 어려움이 생기면 태평양 내부에서 여러 변호사가 모여 그때마다 문제를 원스톱(one-stop)으로 해결했다.
쉰들러 ISDS 사건의 판정문이 나오는 날 새벽 2시, 김 변호사는 끝까지 불안감을 안고 밤을 지새웠다. 그 끝에 마주한 환희의 순간, 김 변호사는 고등학생 시절 '국제 무대에서 우리나라를 위해 일하고 싶다'고 다짐하던 때가 떠올랐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의 나의 위치에서 나라를 위해 두 번 연속 기여할 수 있어 꿈을 이룬 기분"이라고 했다.
무엇보다 앞으로 주주 간의 사적 경영권 분쟁을 국가의 책임으로 전가하려는 시도를 막아낸 것이 큰 의의라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ISDS에서 여러 번 한국 정부가 승리한 만큼 부당하게 ISDS를 제기하는 일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이어 "법무부와 함께 고생하며 우여곡절의 순간을 이겨냈다"며 "앞으로 후배 법조인들이 이처럼 우리나라를 위해 열심히 하겠다는 귀감을 주는 것이 큰 보람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