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거래 의혹' 부장판사 구속영장 기각…수사 차질 불가피

오석진 기자
2026.03.24 14:45

법조계 "설립 이래 수사력 비판 계속… 이유가 있는 것"

변호사에게 금품을 받고 '재판 거래'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는 김모 부장판사가 지난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수수) 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고등학교 동문인 변호사에게 금품을 받고 자신이 주관하는 재판에서 편의를 봐줬다는 의혹이 있는 현직 부장판사가 구속을 면했다. 법원은 '소명이 부족하다'고 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공수처 수사력에 대한 비판도 커진다.

24일 법원에 따르면 김진만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를 받는 김모 부장판사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구속의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정모 변호사에 대한 구속영장도 기각됐다. 김 부장판사는 "주된 공여 부분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김 부장판사는 전주지법 근무당시 정 변호사로부터 현금 300만원과 아들의 돌 반지, 배우자 향수 등 37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았다는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두 사람은 고교 동문으로 알려졌다.

이번 구속영장 기각을 두고 법조계 일각에서 수사가 사실상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원래 뇌물죄 직무관련성은 폭넓게 인정된다"며 "예를 들어 돈을 받으면 대부분 직무와 관련해 돈을 받은 것으로 여겨지고, 그 대가로 실행까지 이뤄졌는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법원이 주된 공여 부분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밝힌 것을 보면 주고받은 것에 대한 증명이 부족했던 것 같다"며 "수사에 큰 차질이 생긴 것은 분명하거니와 그 전에 수사가 잘 됐는지도 의문인 것"이라고 했다. 그는 "시기상 어쩔 수 없이 영장을 청구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엔 그럴 필요도 없었던 것 같은데, 왜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 구속영장 발부 여부는 피혐의자에 대한 법원의 첫 판단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다. 원칙적으로 판결이 최종 확정되기 전에 피혐의자는 무죄로 추정되지만 영장실질심사에서 혐의에 대한 소명 정도를 판단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다.

법원은 도주할 염려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을 때 구속영장을 발부하는데 당연히 혐의가 소명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구속을 하지 않는다. 다만 구속영장이 기각됐다고 해서 무조건 혐의가 소명되지 않았다고 해석할 수는 없다. 인신에 대한 구속을 최소화하는 것이 원칙인 탓에 구속은 제한적으로 이뤄진다. 혐의가 소명이 돼도 수사에 성실하게 협조하고 있는 등의 사유가 있을 경우엔 구속을 하지 않기도 한다.

공수처 수사력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또 다른 검찰 출신 변호사는 "고위공무원과 법조인에 대한 수사가 원래 어렵다"며 "법을 적용해 본 사람들인 만큼 범죄 성립요건을 잘 알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그래서 만든 것이 공수처고, 잘 해야 한다"며 "다만 설립 이래 수사력이 아쉽다는 비판이 계속 나오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직 부장판사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된 것은 2016년 '정운호 게이트'에 연루된 김수천 전 부장판사 사건 이후 10년 만이다. 2021년 출범한 공수처가 현직 판사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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