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예산 1인당 4만5000원꼴…경찰 "예산 열악"

최근 5년 동안 연평균 23명의 경찰관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2월에만 경찰관 5명이 극단적 시도를 했다. 경찰은 높은 직무 스트레스 등으로 자살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는 만큼 자살예방을 위한 추가 예산 지원과 조직문화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채현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2월 경찰관 5명이 극단적 시도로 세상을 떠났다. 최근 5년간(2021~2025년) 극단적 시도로 세상을 떠난 경찰관 수는 116명이다. 한 해 평균 23명 정도다.
경찰은 대표적인 자살 고위험 직군으로 분류된다. 2016년 기준 공무원 전체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8명인 반면 경찰은 22명으로 3배 수준이다.
이에 정부는 2023년 '제5차 자살예방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경찰을 직업 트라우마 가능성이 높은 특수 직군으로 규정했다. 심리적 트라우마로 남을 수 있는 사건 현장을 빈번히 접하고 교대근무·경직된 조직 문화가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실제 경찰청과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이 2021~2024년 동안의 149개 경찰 사망 사건 원인을 추정한 결과 가정문제(27%)와 정신건강(26%) 비중이 가장 높았다. 직장문제(17%) 등도 뒤를 이었다.

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지원 체계는 충분하지 않다. 경찰관의 심리 지원을 담당하는 '마음동행센터'는 2019년 전국 18개소에서 더 늘어나지 않았다. 경찰 인력이 가장 많은 서울조차 2곳에 불과해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 마음동행센터 상담 인력도 지난달 기준 38명에 그친다. 2023년에는 상담 인력이 10명 늘었지만, 자살 사망자가 가장 많았던 지난해에는 2명 증가에 그쳤다.
경찰은 협약된 800여개 민간심리상담센터에서도 상담받을 수 있도록 직원 1인당 연간 6회기(약 66만원)를 지원한다. 하지만 회기 이후 추가 상담은 개인이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관련 예산도 부족한 실정이다. 올해 경찰 정신건강증진 예산은 60억6500만원이다. 매년 늘고 있지만 1인당 투입 예산은 약 4만5000원 수준에 머물러 있다. 지방비가 포함돼 1인당 약 21만7000원이 투입되는 소방과 비교하면 격차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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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관계자는 "올해 마음동행센터를 6곳 추가 개소하고 상담 인력을 11명 늘릴 계획"이라며 "정신건강체계와 관련한 서비스를 다양화할 방침이지만 예산 문제에 부딪힌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경찰의 자살예방 관련 예산 증액과 심리 상담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백종우 한국자살예방협회장은 "경찰은 트라우마가 축적되는 업무 환경에 있다"며 "경찰관을 잃는 것에 대한 사회적 손실이 크기 때문에 예산과 제도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찬승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사회공헌특임이사는 "트라우마를 받았을 때 중요한 건 회복 기간을 한정해선 안 된다는 것"이라며 "심리 상담 회기 제한을 두지 않고 직군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상담사를 고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 전화 ☎ 109 또는 자살예방 SNS상담 '마들랜'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