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군 통지서' 받은 아빠가 전달 안 해 불참…헌재 "아빠 처벌, 위헌"

오석진 기자
2026.03.26 14:52

재판관 전원일치로 위헌 판결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 걸린 헌법재판소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는 모습. /사진=뉴스1

헌법재판소가 병력동원훈련소집 통지서를 전달할 의무가 있는 사람(세대주 등)이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전달하지 않은 경우 형사 처벌하는 병역법 조항을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헌재는 통지서를 보내는 일은 국가에게 부과된 공적 업무고, 세대주 등은 어디까지나 이에 협력할뿐 국가 대신 책임을 지는 주체가 될 수 없다는 논리다.

헌재는 26일 재판관 전원일치로 병역법 제85조에 대해 위헌판결을 내렸다. 앞서 대구지법은 해당 조항과 관련된 사건을 심리하던 중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병역법 제85조(병역의무부과 통지서 수령거부)에 따르면 병역의무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송달된 병역의무부과 통지서의 수령을 거부한 경우 6개월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와 관련, 헌재는 "해당 조항은 병력동원훈련소집 대상자인 병역의무자에 대한 소집 통지서의 전달을 확실하게 보장해 원활하게 병력동원훈련이 실시되도록 하는 것을 그 목적으로 한다"면서도 "이러한 입법목적이 정당하다고 해도 정부가 수행해야 할 병력동원훈련에 관한 공적 사무의 이행과 책임을 개인에게 일방적으로 전가시켜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설령 소집통지서를 전달하지 않아 행정절차적 협력의무를 위반했다고 해도 과태료 등 행정적 제재를 부과하는 것으로 목적 달성이 충분할 것"이라고 했다.

헌재는 또 오늘날 인터넷 등이 발달해 정부가 해당 통지서를 병역 의무자 대상에게 직접 전달할 방법이 다양화됐는데도 세대주가 이를 전달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처벌하는 것은 국가가 해야 할 전달 책임을 개인에게 과도하게 떠넘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위헌법률심판은 병무청이 통지서를 보냈으나 당사자에게 전달되지 않은 사건에서 시작됐다. 대구경북지방병무청은 2022년 11월 예정된 예비군 훈련을 위해 병역동원훈련소집통지서를 이모씨 주소지로 보냈으나 여러차례 반송됐고, 결국 이씨 아버지에게 우편을 보냈다.

아버지 이씨는 같은해 10월 해당 통지서를 받았으나 아들에게 전달하지 않았고, 결국 아들은 병역동원소집훈련에 불참했다.

검찰은 같은해 12월 이씨를 기소했다. 검찰은 이씨가 아들에게 통지서를 전달하지 않은 행위에 대해 병역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이씨 사건 재판 도중 법원은 비슷한 사례에 대해 위헌 판결이 난 데 주목해 헌재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헌재는 2022년 5월 예비군법 제 15조 10항 중 일부분에 대해 위헌판결을 내린 바 있다. 당시 헌재는 '소집통지서를 전달할 의무가 있는 사람 가운데 예비군대원 본인과 같은 세대 내의 가족 중 성년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전달하지 아니하였을때' 부분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봤다. 위헌 판결로 2022년 12월 해당 조항은 개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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