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녀 살해 30대, 시신 옆 밥 먹고 '셀카'...다른 여자 만나 딸도 낳았다

윤혜주 기자
2026.03.30 09:32
사진=SBS 그것이 알고 싶다

동거녀를 살해한 뒤 3년6개월간 시신을 은닉한 30대 남성이 징역 27년을 선고받고 수감 중인 가운데 사건 전말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동거녀를 살해한 뒤 3년6개월 동안 시신을 숨긴 30대 남성 A씨는 지난 28일 SBS 시사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를 통해 "겁이 나서 경찰에 신고하지도 못하고 시신을 유기하지도 못했다"며 "외국 사례에 죽은 사람이 1% 살아나는 경우도 있다고 그래서 기다리면서 밥도 먹고 그랬다"고 했다.

A씨가 사는 인천 미추홀구 원룸에서 미라 상태가 된 시신이 발견된 건 2024년 7월이었다. 6년간 거주해 온 A씨가 월세를 체납한 채 열흘 넘게 두문불출하자 결국 건물 관리인이 강제로 문을 열었고, 그곳에서 오랜 시간 방치돼 형제조차 알아보기 힘든 시신이 발견됐다.

약 13㎡의 좁은 방 안은 허리 높이까지 차오른 쓰레기 더미로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TV와 선풍기는 켜진 상태였으며 다량의 살충제와 표백제가 널브러져 있었다.

한쪽 구석에는 이부자리가 정갈하게 정리돼 있었는데 이불을 들추자 대자로 누운 상태의 변사체가 드러났다. 발견된 사체는 피부 조직이 고스란히 남은 채 납작하게 마른 미라 형태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 목 졸림에 의한 질식사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됐다.

경찰은 세입자 A씨 행방을 쫓았다. 그런데 A씨는 사기 혐의로 수감된 상태였다. 그는 시신이 자신의 동거녀 B씨라고 밝히면서 2021년 1월 경제적 문제 등으로 동반 자살을 시도했다고 했다. 당시 B씨를 먼저 살해했고 이후 본인 역시 죽으려고 했으나 실패해 살아남았다는 게 A씨 주장이다.

A씨는 B씨 시신에서 냄새가 나는 것을 막으려고 세제와 방향제를 사용하는가 하면 살충제로 구더기를 죽이는 등 3년6개월 넘게 범행을 숨긴 것으로 조사됐다. 선풍기와 에어컨을 가동해 습도를 낮게 유지하기도 했다. 이러한 방식으로 범행을 숨겨오다 사기 등 다른 범죄로 구속돼 더 이상 시신 냄새를 감출 수 없게 되자 사건이 세상에 드러나게 된 것이다.

A씨 휴대전화에는 이 원룸에서 TV를 보거나 밥을 먹고 '셀카'를 찍는 등 엽기적인 행각을 한 기록도 남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시신이 은닉된 현장을 수시로 방문하면서도 다른 여성을 만나 딸까지 출산하는 등 이중생활을 이어갔다.

A씨와 B씨는 일본에서 처음 만났다. 일본 남성과 결혼했지만 남편을 잃고 홀로 아들을 키우던 B씨는 2016년 A씨와 동거를 시작한 후 폭력과 통제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B씨는 강제 추방된 A씨를 만나기 위해 한국에 갔고 여권을 빼앗기며 출국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

전문가들은 A씨가 대출 사기 사건으로 구속 선고를 받기 바로 전날 범행을 저지른 점에 주목하며, 자신이 수감되어 B씨에 대한 통제권을 잃게 될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살인을 저지르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줄곧 촉탁살인을 주장했던 A씨는 1심 선고 직전 우발적 살인을 인정했다. 인천지법 형사15부는 지난해 12월 A씨에게 징역 27년을 선고했다. 출소 후 15년 동안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도 함께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시신을 장기간 방치하고 은닉한 행태는 인간의 존엄성을 짓밟았다고 보일 만큼 참혹하고 악랄하다"며 "실질적으로 시신을 모욕하고 손괴한 것으로 보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A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B씨 아들은 "할머니 병문안을 다녀오겠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사라진 어머니에 대해 함께 쌓은 추억조차 별로 없다면서 A씨 얼굴을 확인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A씨가 두 번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