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없는 천사' 11억 기부했는데…12억짜리 기념관 짓는 전주시

김소영 기자
2026.03.31 09:56
지난해 12월30일 전북 전주시 노송동주민센터에서 직원들이 '얼굴 없는 천사'가 전달한 기부금을 정리하고 있다. '얼굴 없는 천사'는 성금과 함께 "2026년에는 좋은 일들만 있었으면 합니다. 건강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라고 적힌 편지를 함께 보내왔다. /사진=뉴시스

전북 전주시가 26년간 익명으로 11억여원을 기부한 '얼굴 없는 천사'를 기리고자 12억원을 들여 기념관을 건립한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전주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13일 완산구 중노송동에서 '얼굴 없는 천사' 기념관 착공식을 열었다.

이 기념관은 2000년부터 매년 성탄절 전후로 노송동 주민센터에 성금을 기부해 온 익명 기부자의 숭고한 나눔 정신을 기념하는 공간이다. '얼굴 없는 천사'로 불리는 이 기부자는 올해까지 총 11억3488만2520원을 기부했다.

전주시는 '얼굴 없는 천사' 선행을 널리 알리고 기부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기념관을 건립하자는 주민 요청에 따라 국비·지방비 12억7000만원을 들여 오는 6월까지 지상 2층, 연면적 165.63㎡ 규모 기념관을 건립할 계획이다.

기념관 1층은 '얼굴 없는 천사' 나눔을 기념하는 전시실과 시민 휴게 공간, 2층은 기부 역사·기록으로 꾸민 자료실이 들어설 예정이다.

전주시는 그간 '얼굴 없는 천사' 뜻을 기리는 조형물·시설 등을 만들어 왔다. 노송동 주민센터 인근 마을은 '천사 마을'로 부르고, 주변 도로는 '천사의 거리'로 조성했다. 기념비와 기념공원은 물론 천사벽화도 마련돼 있다.

여기에 12억원 넘는 예산을 추가로 투입해 기념관까지 새로 짓는 것을 두고 '중복·과잉 투자'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익명성과 조용한 선행을 바란 기부자 뜻을 왜곡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과도한 예산 낭비란 지적이다.

시는 여러 곳에 흩어진 '얼굴 없는 천사' 기념 공간·시설을 한 공간으로 통합해 관리·정비하는 게 목적이라는 입장이다. 또 장기적으론 노후화한 주민센터 신축을 포함해 기념관을 행정복합문화 공간으로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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