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에게 자신의 휴대폰을 파손하라고 시켜 증거를 없앤 혐의로 기소됐지만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 사건에 채 해병 특검팀(특별검사 이명현)이 항소했다. 1심은 본인과 관련된 증거를 없애는 건 현행법상 죄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바 있다.
특검팀은 7일 언론 공지를 내고 "이날 '이종호 증거인멸 사건'의 1심 판결에 대해 항소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현행법상 자기의 증거를 스스로 없애는 행위는 증거인멸죄가 성립하지 않지만, 타인에게 시킨 '교사' 행위는 증거인멸교사죄가 성립한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라고 했다.
특검팀은 구체적으로 "1심 재판부의 논리가 확정된다면, 앞으로 증거를 인멸하려는 자들에게 '누군가에게 시키기만 하면 교사죄가 되지만 직접 손을 보태면 오히려 무죄가 된다'는 황당한 범행의 지침을 제공하는 결과가 된다"며 "국민의 보편적 상식으로는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고 법 기술을 앞세운 면죄부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특검은 이번 판결이 법과 상식의 괴리를 심화시키고 법치주의를 훼손하는 선례로 굳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항소해 다툴 예정"이라며 "상급심을 통해 법의 엄중함을 확인하고 실체적 진실과 그에 합당한 처벌이 이루어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지난해 7월15일 자신이 특검의 핵심 수사 대상임을 인식한 상태에서 과거 사용한 갤럭시 등 핸드폰을 없애기로 마음먹고, 서울의 모 서비스센터에 방문해 정보를 옮긴 뒤 핸드폰을 땅에 던지고 밟아 파손하라는 취지로 지인 차모씨에게 지시한 혐의로 기소됐다. 차씨도 증거인멸 혐의로 이 전 대표와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다만 법원은 지난 2일 증거인멸교사 혐의를 받는 이 전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이 전 대표가 단순히 지시한 것을 넘어 차씨와 함께 직접 휴대전화를 발로 밟아 부수기까지 했다며 이씨가 교사범이 아니라 증거인멸 공동정범이 된다고 봤다.
1심 재판부는 "타인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한 경우에만 범죄가 성립한다"면서 "이 전 대표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휴대전화를 파기한 것으로 볼 수 있어 증거인멸 행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함께 기소된 차씨는 유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이 전 대표가 주요 참고인임을 알고 있었고 압수수색 내용도 들었다"며 "증거인멸의 고의가 있었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