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기피자 신상공개, 소명 기회 없었다…법원 "절차 위법"

이혜수 기자
2026.04.12 09:00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서울가정법원·서울행정법원 /사진=이혜수 기자

병역의무기피자의 인적사항을 공개하기 전 당사자에게 실질적인 소명 기회를 부여하지 않은 행정처분이 위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2일 서울행정법원에 따르면 같은 법원 행정12부(부장판사 강재원)는 원고 이모씨가 병무청장을 상대로 낸 인적사항 공개처분 취소 소송에서 지난 2월5일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 사건은 이씨가 양심적 병역거부로 대체역 편입 판정을 받았음에도 대체복무 소집에 두 차례 불응하면서 불거졌다. 이씨는 2019년 9월 병역판정검사에서 신체등급 2급의 현역병 입영 대상자로 판정됐으나 이듬해 9월 병역법에 따라 대체역 편입을 신청했고 2021년 2월 대체역심사위원회 인용 결정에 따라 대체역으로 편입됐다.

병무청장은 2022년 9월 대체복무교육센터 입소를 통지했지만 이씨는 같은 해 11월 "현행 대체복무가 징벌적이므로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를 거부했다. 이에 병무청장은 2023년 1월 대체복무요원 소집 통지를 다시 보냈으나 이씨는 전자메일로 통지서를 확인하고도 소집일까지 입소하지 않았다.

병무청장은 2024년 2월 병역법에 따라 병역의무기피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이씨를 인적사항 잠정 공개 대상자로 선정했다. 같은 달 이씨의 주민등록상 주소지로 사전통지서를 등기우편으로 발송했으나 반송됐고, 2차 발송 역시 반송됐다. 결국 병무청장은 같은 해 12월 이씨의 인적사항과 기피일자, 기피요지, 법 위반 조항 등을 병무청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이에 이씨는 "사전통지서를 받지 못해 소명서를 제출할 기회가 없었고 최종 공개 대상자 결정 및 불복방법에 대한 안내도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또한 "공시송달 효력이 발생하기 전 공개처분이 이뤄져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인적사항 공개처분은 대상자의 명예 등 인격권을 제한하는 침익적 처분"이라며 이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사전통지서 송달이 적법하게 이뤄지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씨가 해당 주소지에 거주하지 않았던 점 △병적조회서에 기재된 휴대전화 번호와 이메일 등을 통해 다른 주소지를 확인하려는 시도가 없었던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이어 "등기우편 송달이 두 차례 이뤄졌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도 부족하다"며 "공시송달 요건을 갖춰 적법하게 송달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설령 송달이 적법했다고 하더라도 공시송달 효력이 발생하기 전 공개처분이 이뤄졌다"며 "해당 처분은 절차상 하자가 있어 위법하므로 취소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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