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시효가 임박해 공정거래법 사건 고발이 이뤄지는 '늑장고발' 폐해가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공소청 체제에서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는 공정거래위원회가 검찰에 고발해 기소가 이뤄지나 중수청·공소청 체제에서는 중수청과 공소청이 순차적으로 사건을 검토해야 하는 만큼 시간이 더 촉박할 수 있다.
21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공정위는 정몽규 HDC그룹 회장을 친족 관련 회사 현황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은 혐의로 지난 8일 검찰에 고발했다. 공소시효가 1개월도 남지 않은 시점이었다. 김준기 DB그룹 창업회장과 성기학 영원무역그룹 회장 고발도 마찬가지로 공소시효 만료가 임박해서 진행된 것으로 파악됐다.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은 공정위가 1차로 조사를 한 뒤 검찰에 고발을 해야 추가 수사 및 기소가 가능한 구조다. 이에 공정위가 여러 가지 사유로 늑장고발을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실제 2019년 판사 출신인 유선주 당시 심판관리관은 공정위의 늑장 조사·처분으로 '가습기살균제' '유한킴벌리 담합' 등 사건이 제대로 처리되지 못했다며 당시 공정위 공무원을 검찰에 직무유기 등으로 내부 고발했다. 공정위는 이후 내부적으로 사건 늑장 처리 문제 등에 개선에 나섰지만, 늑장고발 상황은 여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고질적인 문제"라며 "최근 인력이 많이 보강된 것으로 알고 있으나 결국 인력 변동이 있으면 사건이 뒤로 밀리고 그만큼 사건 처리가 늦어지기 때문에 과거부터 문제가 지적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변호사는 "고발 외에도 위원회 회부일 선정 등의 과정에서도 임의로 (사건이) 지연 처리될 수 있다"며 "설탕 담합 사건은 심사보고서 발송과 동시에 심의가 바로 잡혔지만, 과거 국고채 담합 사건의 경우는 심사보고서 발송이 1년이 지났는데도 공정위 전원회의 심의가 아직 열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검찰 고발 여부와 제재 수위가 확정된다.
오는 10월 중수청이 출범한 후에는 공소시효가 임박 사건 처리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중수청과 공소제기를 담당하는 공소청 모두의 판단을 받아야 할 수 있기 때문에 사건 처리 과정이 현재보다 지연될 수 있다. 특히 공소시효가 임박한 사건의 경우, 남은 공소시효 기간을 공소청과 중수청 두 기관이 나눠서 써야 할 수밖에 없다.
백광현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향후 공소시효가 임박한 사건의 경우 공소청이나 중수청에서 살펴볼 수 있는 기한이 한계가 있기 때문에 공정위의 조사 내용 그대로 기소하는 경우가 늘어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 같은 우려에 대해 "늑장고발이라는 지적을 받지 않도록 개별 사건 처리 과정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향후 형사사법 제도가 바뀌는 과정에서도 문제가 없도록 지속적으로 개선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전속고발권 폐지 논의와 함께 늑장 고발 문제도 정리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전속고발권이란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에서 공정위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이 기소할 수 있게 한 제도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 필요성을 거론하자 공정위는 국민 300명 이상이나 사업자 30곳 이상에 고발권을 부여하고 검찰과 감사원 등 4개 기관에만 부여됐던 고발요청권도 부처와 지방정부 등 사실상 모든 국가기관에 확대부여하는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공정위 외 다양한 곳에서 고발하면 수사기관의 선제적 대응 역시 가능할 전망이다. 다만 고발 사건이 급증하면서 중수청과 공소청에 과부하가 걸릴 가능성도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