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승소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AI(인공지능) 얘기만 믿고 변호사와의 상담을 중간에 그만두기도 합니다."(서초동의 A 변호사)
AI에 의존해 나홀로 소송을 진행하려는 사람들이 늘면서 AI 말은 믿고 변호사의 말은 믿지 않는 경우가 예삿일이 됐다. AI의 조언을 고집하면서 변호사와 갈등을 빚는 경우도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AI를 활용해 소송을 진행하다가 문제가 생겨 변호사 사무실 문을 두드리는 일이 생기도 있다. 여전히 변호사들이 필요한 이유다.
변호사들은 AI에 과하게 의존하다가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고 조언한다. AI는 실무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정말 필요한 서면을 제출하지 못하거나 잘못된 서면을 제출할 수도 있다. 또 '할루시네이션'(환각) 현상 탓에 존재하지 않는 판례를 기반으로 논리 구조를 짜서 의견서를 냈다가 재판을 그르치거나 소송이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특히 본인에게 불리한 서면을 법정에 이미 제출했거나 이 같은 주장을 했을 때다. 민사소송법상 이른바 '재판상 자백'으로 인정되기 때문이다. 재판상 자백으로 인정된 주장을 뒤집으려면 정당한 사유로 인해 착오가 발생했음을 증명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증명은 난이도가 높다.
익명을 요청한 한 변호사는 "민사 소송이 단순히 주어진 사실관계에 법리를 적용하는 것이라고 하면 AI가 법전을 완전히 학습해서 잘 할 수 있다. 다만 실제 소송은 당사자에게 필요한 사실관계를 찾아내고 맞는 증거가 있는지 찾는 작업까지 포함된다"며 "소송에서 중요한 것은 제출하지 않아도 될 것을 제출하지 않고, 반대로 제출해야 할 것을 제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나홀로 소송을 하게 되면 증거를 볼 때 자기만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자의적으로 증거를 집어넣기 때문에 제출해선 안 될 서류를 제출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미 제출한 서류는 철회가 되지 않는다. 빠르게 법적 조언을 들었으면 간단히 해결될 수 있는 소송도 패소할 수 있다"고 했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변호사 선임이 의무가 아닌 민사소송 외에도 가사, 형사 소송 등에 처했을 때 반드시 법조인의 조언을 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서준범 법률사무소 번화 변호사는 "형사 고소를 당한 사람의 경우 처벌을 피하고 싶으니 AI가 뭐라고 하든 불안해서 돈을 쓰고 변호사를 찾을 수 있다"며 "반대로 피해자는 '피해를 본 것이 명확하다'고 생각해서 필요성을 느끼지 않고 혼자 형사 고소를 진행했다가 법적인 구제를 제대로 못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