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박수홍 친형의 횡령 사건 항소심에서 친형은 1심 징역 2년보다 무거운 징역 3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무죄였던 형수도 유죄로 결론이 뒤집혔다. 박수홍을 대리해 승소를 이끈 건 법무법인 세종의 하태헌 변호사다. 그는 치과의사에서 부장판사, 다시 변호사로 이어진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박수홍 친형 부부는 데뷔 초기부터 박수홍 매니저 역할을 맡아 방송 출연료와 행사 수입 등을 전적으로 관리해 오면서 수익을 빼돌린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횡령 규모는 정확히 특정되진 않았으나 1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사건은 가족회사 형태로 운영된 데다 장기간에 걸쳐 범행이 이뤄져 증거 확보가 쉽지 않았다. 하 변호사는 친형 내외가 관리하는 부동산과 금융자산의 취득 시점, 자금 유입 경로, 법인카드 사용 내역 등을 중심으로 자금 흐름을 재구성하는 데 집중했다. 친형 부부가 재산 형성 자금의 출처를 설명하지 못하면서 해당 재산이 박수홍의 연예 활동 수입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이 드러났다.
하 변호사는 무죄 판단이 내려졌던 형수의 공모를 입증하는 데도 주력했다. 수년에 걸친 법인카드 사용 내역을 분석한 결과 장보기 등 법인 업무와 무관한 지출이 반복적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된 다른 절차에서 형수가 '법인카드를 업무상 사용했다'는 취지의 해명을 유도한 후 이를 형사 재판에 증거로 제출했다. 형수에게도 유죄가 선고될 수 있었던 결정적 증거였다.
하 변호사는 "같은 행위에 대해 상반된 설명을 하면서 형수 역시 대표이사로서 실질적으로 경영에 관여했다는 점이 드러났다"며 "이 과정에서 공모 관계도 자연스럽게 입증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까운 사이일수록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오히려 그로 인해 분쟁이 커진다"며 "연예인처럼 가족이 재산을 관리하는 구조에서는 반드시 법적 근거를 남겨야 한다"고 조언했다.
치과의사 출신인 하 변호사는 의료 분야 사건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를 냈다. 골수검사가 의사만 수행할 수 있는지, 아니면 의사의 지도 아래 간호사도 수행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된 사건에서 무죄를 이끌어냈다.
당시 의료법 위반으로 의사들은 기소유예 처분을 받아 면허 정지가 예정돼 있었고, 병원 재단까지 기소된 상황이었다. 그는 과거에는 정맥주사도 의사만 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현재는 간호사가 수행하는 것처럼 골수검사 역시 마찬가지라고 재판부를 설득했다. 의사와 간호사의 업무 범위는 의료기술 발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사건은 1심 무죄, 2심 유죄를 거쳐 대법원 공개변론 끝에 무죄가 확정됐다.
하 변호사는 변호사의 역할을 '통역가'에 비유하며 "의뢰인이 말하는 사실관계를 법률 언어로 재구성해 판사가 이해할 수 있도록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