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돈 14억 털었다"…축구선수·방송인 남편 낀 주가조작

박상혁 기자
2026.05.08 14:29
8일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신동환)는 지난해 1월 유명 가구업체의 주가 를 대상으로 시세조종을 벌인 피고인들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공범인 C씨와 D씨가 시세조종에 사용할 현금 30억원을 조달한 모습./사진제공=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

검찰이 대신증권 간부와 전직 축구선수, 인플루언서 남편 등 다양한 주가조작 세력이 가담한 코스닥 상장사 시세조종 사건을 합동 수사해 3명을 구속기소하고 공범 6명을 불구속·약식 기소했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신동환)는 코스닥 상장사인 유명 가구업체 주가로 시세조종을 벌인 10명을 수사해 9명을 자본시장법 위반, 금융실명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했다고 8일 밝혔다. 이 중 총책 3명(A·B·C)은 구속기소 했다.

합수부에 따르면 사건은 자칭 '영화 작전'의 주인공인 시세조종 전문가 A씨가 당시 현직 대신증권 간부 B씨 등과 주가조작을 기획하며 시작됐다. A씨는 작전에 필요한 자금과 차명 계좌, 대포폰, 차명 주식거래, 펄붙이기(허위성 호재 유포) 등을 함께 할 파트너로 재력가이자 인플루언서 양정원씨의 남편인 C씨, 전주 D씨, 축구선수 E씨도 섭외했다.

이들은 코스닥 상장사인 유명 가구업체를 표적으로 삼았다. 해당 업체는 최대 주주 지분율이 45%에 달했고, 1·2대 주주 보유분까지 제외하면 실제 시장에서 유통되는 주식 물량은 전체의 약 30% 수준에 불과해 시세조종이 상대적으로 쉽다고 판단했다.

계획에 따라 C·D씨는 시세조종에 사용할 현금 30억원과 차명계좌, 대포폰을 B가 재직 중인 대신증권 사무실로 전달했다. 이후 이들은 지난해 1월14일부터 본격적인 시세조정에 나섰다. 이들은 1900원대였던 주가를 1만2500원까지 끌어올리고 수익을 나눠 갖기로 계획했다.

작전이 본격화되자 해당 종목 주가는 급등했다. 이들은 범행 초기부터 지난해 4월18일까지 시세조종 주문으로 200억원 이상 규모의 주식을 거래했고, 최소 14억원 이상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합수부 관계자는 "피고인들이 처음 목표했던 주가 1만2500원까지는 도달하지 못했다"며 "이유는 지난해 3월 A씨 측 공범 중 한 명이 이탈해 주가가 하한가를 기록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시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피고인들은 시세조종 선수로 축구선수 출신 F씨를 추가 영입했고 추가 매수세를 유도하며 주가조작을 이어갔다"고 덧붙였다.

"시세조종 자수" 첫 리니언시로 드러난 전모
주가조작 '선수' A씨와 대신증권 부장 B씨가 주가조작 관련해 전화를 했던 내용./사진제공=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

이번 사건의 전모는 시세조종 공범 중 한 명이 대검찰청에 '자진 신고자 형벌 감면(리니언시)'을 신청하면서 드러났다. 지난 2024년 1월 도입된 이후 '1호 시세조종 리니언시 사건'이다. 합수부는 이를 단서로 수사에 착수해 약 2개월 만에 범행 구조와 자금 흐름 등 사건 전반을 밝혀냈다.

합수부 관계자는 "시세조종 사건에서 당사자가 직접 리니언시 제도를 신청한 것은 처음"이라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유사한 신청이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수자에 대해선) 수사 협조를 넘어 유죄 확정까지 전반적인 협력 정도를 종합적으로 살펴볼 예정"이라며 "최종 처분은 사법적 진실 규명 기여도와 해외 운영 사례 등을 함께 고려해 판단할 방침"이라고 했다.

아울러 합수부는 수사 과정에서 재력가 C씨가 서울 강남경찰서 소속 현직 경찰관 등에게 공범 E씨 사건과 본인 가족의 형사사건을 청탁한 정황도 포착했다. C씨는 경찰관들에게 1인당 약 60만원 상당의 접대를 했고 향응 규모는 총 200만원 안팎에 달했다. 검찰은 C씨에 대한 나머지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합수부 관계자는 "시세조종은 주식시장 질서를 무너뜨리고 국민 경제에 심각한 위협을 가하는 범죄"라며 "주가조작 사범은 반드시 패가망신한다는 사실을 주지시키고 자본시장의 투명성을 확보하고자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수사팀은 범죄수익환수부와 공조해 피고인들의 불법자산도 동결했다. 이에 대해 합수부 관계자는 "부당이득과 달리 원금 30억원에 대해서는 1심 판결이 선고돼야 추징이 가능하다"며 "향후 원금까지 끝까지 몰수해 범죄수익의 원천을 차단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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