쭉쭉 오르던 8개 종목 '하한가 폭탄'...7300억 번 주가 조작범 결말[뉴스속오늘]

이소은 기자
2026.05.09 07:00
[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소시에테제네랄증권(SG)발(發) 주가 폭락 사태 관련 핵심인물인 라덕연 호안 투자컨설팅업체 대표. /사진=뉴시스

2023년 5월9일 라덕연 호안 투자자문 대표가 검찰에 체포됐다. 라 대표는 피해액만 1000억원을 크게 웃도는 'SG(소시에테제네랄)증권발 주식 하한가 사태' 핵심 인물이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은 이날 오전 10시25분께 라 대표를 자택에서 체포했다. 합동수사단은 라 대표 일당이 금융당국에 투자일임업 등록을 하지 않은 채 투자자들의 주식계좌를 활용, 차액 결제거래(CFD)를 동원해 8종목 시세를 조종했다고 보고 자본시장법 17조(미등록 영업행위 금지)와 176조(시세조종 행위 등 금지),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으로 입건했다.

당시 합동수사팀 관계자는 라 대표 체포 사유에 대해 "정상적으로 임의 소환할 경우 출석하지 않거나 도주하고 잠적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며 "범행을 주도한 핵심 인물로서 중한 처벌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주식 개장하자마자 8개 종목 일제히 하한가

주가조작 조직 범행 개요./ 사진=서울남부경찰청 수사결과 발표문 캡처

그 전달인 4월24일, 주식 시장이 개장하자 주가 조작에 따른 폭락이 시작됐다. △선광 △하림지주 △세방 △삼천리 △대성홀딩스 △서울가스 △다올투자증권 △다우데이터 등 8개 종목이 개장과 동시에 약 5%씩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매물이 쏟아지며 9시30분에는 일제히 하한가를 찍었다.

이틀 후인 26일까지 3일 연속 하한가가 발생했고 대성홀딩스, 서울가스, 선광은 27일까지도 하한가를 기록했다. 총 8조2083억원 시가총액이 증발한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당국과 검찰이 본격 조사에 착수했다. 합동수사단은 주가조작 세력 의심자 10명을 출국금지 조치하고 이들의 사무실에서 휴대전화 200여대를 압수, 분석에 나섰다. 금융위, 한국거래소, 금감원, 남부지검 합동으로 이번 사태와 관련한 서울 강남구 한 투자 컨설팅업체 사무실 등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3년 공들인 작전…투자자 피해액만 1350억원

삼천리, 서울가스 주가가 상승세를 보인 것은 2022년 중순부터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가스업계에 호재로 작용했다고 해석했다. 그런데 중하순부터 가스 호재와 관계없는 다우데이터, 세방, 하림지주, 다올투자증권 등도 같은 패턴의 상승세를 보였다.

이때부터 애널리스트 사이에 작전 세력이 개입됐다는 소문이 돌았다. 전문가뿐 아니라 일반인 투자자들 커뮤니티에서도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그런데도 '먹는 사람이 임자'라며 아슬아슬 줄타기가 계속되던 중 하락 사태가 터진 것이다.

작전 세력은 저평가된 8개 종목을 대상으로 3년여간 통정매매를 통해 계획적으로 주가를 상승시킨 것으로 밝혀졌다. 매수자와 매도자가 사전에 가격과 수량을 정해놓고 주식을 거래해 주가를 인위적으로 부양시킨 것.

또 고객 명의의 CFD(차액결제 거래) 계좌를 통해 매수·매도 가격을 사전 협의해 주가를 서서히 끌어올리고 차익을 실현했다. CFD 계좌는 실제 주식을 보유하지 않고 기초자산의 가격 변동에 따른 차액만 결제해 적은 돈으로 큰 규모의 거래를 일으킬 수 있다.

임창정, 박혜경…연예인 이름까지 거론돼
사진=MBC 'PD수첩' 방송화면

라 대표와 H업체 대표 변모씨, 프로골퍼 출신 안모씨는 이번 사태의 핵심 인물로 꼽힌다. 안씨는 연예인 모집책, 변씨는 VIP 관리책을 맡았다.

전직 프로골퍼 출신인 안씨는 서울 강남구 스크린 골프장, 케이블 채널 운영업체, 승마 리조트 등을 운영 중인 사업가로 주로 투자자들을 모으는 역할을 했다. 여러 법인에서 사내이사를 맡았던 변모씨는 의사 등 고액 투자자를 모집하고 총괄했다.

조사 과정에서 연예인들 이름도 여럿 거론됐다.

가수 임창정은 주가 조작 세력 파티에 참석한 사실이 알려져 작전 세력과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후 임창정이 라 대표와 엔터테인먼트 사업 공동 추진할 계획을 세웠으나 이는 주가조작과는 상관없는 것이었음이 밝혀지면서 논란이 종결됐다.

가수 박혜경도 함께 투자자 모임에 참석한 사실이 알려져 의심을 샀다. 박혜경은 "해당 모임 참석은 소속사 계약 조건과 연계된 것이었고 투자 권유·제안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라 대표가 체포된 날 피해자들의 법적 대응도 시작됐다. 투자자 66명을 대리한 법무법인 대건은 이날 서울남부지검을 찾아 고소·고발장을 제출했다. 대건이 추산한 투자자들의 피해액은 1350억원 규모다.

징역 25년→8년 대폭 감형 "증거 불충분"
소시에테제네랄(SG) 증권발 주가폭락 사태 핵심 인물로 지목된 라덕연 전 호안투자컨설팅업체 대표가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SG(소시에테제네랄) 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 항소심 선고기일에 출석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서울 남부경찰청이 2024년 3월 발표한 'SG증권발 하한가 사태' 중간 수사 결과에 따르면 작전 세력은 3년 이상 900명 이상의 투자자를 모집하고 8개 상장사를 대상을 시세조종을 한 결과, 총 7305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한 것으로 확인됐다.

2025년 2월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는 라 대표에게 징역 25년과 벌금 1465억1000만원을 선고했다. 또 1944억8000여만원의 추징도 명했다.

당시 재판부는 "이 사건은 범죄수익 규모 및 은닉 방식 등 모든 면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의 조직적이고 지능적이며 대규모 시세조종 범행"이라며 "다수 선량한 투자자는 물론 라 대표 조직 일반 투자자들에게도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열린 항소심에서는 형량이 대폭 줄었다. 서울고법 형사3부는 1심 판결을 깨고 라 대표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 벌금은 유지됐고 추징금은 약 1815억원으로 다소 줄었다.

감형 배경에는 시세조종 혐의 인정 범위 축소가 있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에서 인정된 시세조종 계좌 중 상당수를 증거 불충분 등을 이유로 제외했다. 이에 따라 통정매매 인정 횟수는 7279회에서 2545회로, 거래 주식 수는 320만여 주에서 122만여 주로 줄었다. 고가 매수 역시 1만2656회·1572만여 주에서 5418회·656만여 주 수준으로 감소했다.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규모도 1심보다 약 114억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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