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수수료 정산하세요"...피싱 전달책, 돈다발 'AI 함정'에 덜미

박진호 기자, 김서현 기자
2026.05.10 10:00
피해자 측이 AI를 활용해 제작한 '가짜 돈다발' 모습. 피해자는 이를 전송하며 상대 유인을 시도했다. /사진=독자 제공.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투자리딩방 사기 전달책이 덜미를 잡혔다. 피해자가 직접 AI(인공지능) 함정 작전을 파 대응한 결과다. 가짜 증권사 앱으로 투자를 하도록 유도하고, 고액의 수수료를 대면으로 지불해야만 수익을 받을 수 있게 한 사기였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형사1단독은 오는 22일 전기통신금융사기피해방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우즈베키스탄 국적 남성 A씨에 대한 첫 공판을 연다. 지난달 5일 검거된 A씨는 같은달 16일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경찰 등에 따르면 A씨는 지난달 5일 피해자 B씨에게서 투자 수익금 출금을 위한 수수료 명목으로 금전을 가로채 조직에 전달하려 한 혐의를 받는다. 그가 가로채려 한 금액은 약 2000만원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B씨는 유명 애널리스트를 사칭한 투자리딩방으로부터 가짜 증권사 앱 설치를 권유받고 실제 설치했다. '고정 수익 보장'이라는 말에 속아서였다. 그리고 투자금 약 1200여만원을 피의자들에게 송금했다.

이후 가짜 증권사 앱으로 투자를 해 상당한 수익이 발생했다. 그러나 이는 조작된 수치였다. 이에 속은 B씨는 출금을 시도했고 투자리딩방 조직은 수수료를 미리 정산해야 출금이 가능하다고 안내했다. 대면으로 수수료를 전달하라고 했다.

B씨는 뭔가 수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변호사 사무실을 찾았다. 변호사와 논의 끝에 직접 상대를 유인해 검거를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A씨가 도주하자 추격하는 경찰과 이 변호사 등 모습. /영상=독자제공.

B씨 측은 기지를 발휘했다. 실제 현금 대신 AI로 돈다발 사진을 만들어 보내고 '직원을 보내면 수수료를 전달하겠다'고 전했다. 이후의 일은 일사천리였다. B씨는 투자리딩방 조직과 만남 약속을 잡았고, 변호사는 서울 용산경찰서에 이 사실을 알렸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당일 B씨, 변호사와 함께 서울 용산구의 한 주택가에 모여 '체포 작전'에 돌입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들이 대기하던 장소 인근에 A씨가 등장했고, 잠복하던 경찰 등에 긴급체포됐다.

체포 과정에서 수상함을 느낀 A씨가 도주를 시도했지만, 서울 남대문경찰서 한 지구대 소속의 순경이 몸을 던져 도주로를 차단한 덕에 검거에 성공했다. 당시 휴무였던 순경은 우연히 도주 장면을 목격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를 대리하는 이돈호 법무법인 노바 대표변호사는 "피해 발생 전 현장에서 즉각 범행을 차단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기에 직접 (검거에) 나섰다"며 "의뢰인의 물리적 자산을 노출하지 않으면서 가장 효율적으로 유인할 수 있는 도구인 AI를 선택해 활용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변호사는 "피싱 범죄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자책하기보다는 즉시 경찰이나 법률 전문가 등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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