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이혼'이라 불리는 최태원 SK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사진)의 재산분할 파기환송심에서 SK 주가가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SK하이닉스가 급등하면서 지주회사인 SK 역시 최근 몇 년 새 수배 오르며 재산분할 기준 시점에 따라 분할해야 하는 재산도 수배 차이가 날 것으로 보인다.
12일 법원 등에 따르면 서울고법 가사1부(부장판사 이상주)는 13일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및 재산분할 소송 파기환송심 조정을 진행할 예정이다. 조정은 재판을 통해 판결을 내리기 전 양측이 논의를 통해 합의안을 도출하는 과정이다. 비공개로 진행되며 재판부는 중재하는 역할만을 맡는다. 양측이 합의안 도출에 성공하면 대법원 확정판결과 같은 강제력을 지닌다.
다만 합의안 도출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의 재산분할 대상 여부와 분할비율을 두고 양측 입장차가 첨예해서다. 최 회장 측은 SK 주식은 부친에게서 물려받은 '특유 재산'이라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돼야 한다는 입장을 꾸준히 강조했다. 반면 노 관장 측은 가사에 기여한 바가 있다는 점에서 부부 공동재산인 SK 주식의 분할비율을 높게 가져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대법원은 SK 주식의 분할비율을 다시 산정하라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당시 SK 주식의 특유 재산 여부를 판단하지 않았기 때문에 파기환송심에서 다시 다퉈야 한다.
여기에 더해 대법원 판결 이후 SK 주가가 급등한 점이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SK하이닉스가 연일 고공행진을 하면서 SK 역시 꾸준히 상승했다. 통상 재산분할은 현물이 아닌 전체 재산가치의 가액을 분할하기 때문에 주가를 어느 시점으로 계산하는지에 따라 재산가치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양측은 '재산분할 대상 재산의 가액은 사실심 변론 종결일을 기준으로 산정한다'는 대법원 판례를 두고 입장을 달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노 관장 측은 이번 파기환송심의 변론 종결일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원칙적으로 파기환송심이 사실심에 해당하기 때문에 기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파기환송심은 아직 변론 자체가 열리지 않았으나 이날 SK 종가를 기준으로 하면 54만1000원이다.
반면 최 회장 측은 파기 전 2심 변론 종결일인 2024년 4월16일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 회장 측은 "혼인 파탄 이후의 가치변동이 일방의 후발적 사정으로서 혼인 중 공동형성과 무관하다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예외적으로 그 변동분을 분할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다"는 법리를 강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심 변론 종결일 SK 주가는 16만원으로 노 관장 측 기준과 3배 이상 차이가 난다.
재판부는 혼인관계가 실질적으로 파탄 난 시점을 기준으로 재산형성의 기여도를 평가해야 하므로 '이혼확정 시점'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이들의 이혼확정 시점은 지난해 10월16일 대법원 선고일로 당시 SK 주가는 21만8500원이다.
SK 주식의 재산분할 대상 여부와 분할비율이 정해지더라도 분할기준 시점에 따라 분할해야 하는 재산이 수배 차이가 날 수 있는 셈이다. 예컨대 SK 주식이 분할대상이고 분할비율이 10%로 정해진다고 가정할 경우 분할기준 당시 주가를 16만원으로 산정하면 분할재산이 2000억원 수준이나 54만1000원이라면 7000억원으로 불어난다.
한편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2심 판단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자금이 불법적인 비자금이기 때문에 재산분할에서 전체를 다 노 관장의 기여로 참작할 수 없다고 보고 분할비율 등을 다시 산정하라고 판단했다. 이혼 여부와 위자료 20억원 등은 그대로 확정됐다.
1심은 2022년 12월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 1억원과 재산분할로 현금 665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반면 2024년 5월 2심은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 20억원, 재산분할로 1조3808억원을 지급하라고 결론 내렸다. 2심은 노 전대통령의 비자금이 SK 성장에 기여했다는 점을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