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를 보던 중 환자를 성폭행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던 의사가 2심에서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2-2부(부장판사 김용희)는 20일 산부인과 레지던트 A씨의 피보호자간음 혐의 2심 선고 공판을 열고 1심의 징역 3년 선고를 파기,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 등에 따르면 A씨는 퇴원 전 소독을 한다며 환자를 산부인과용 진료 의자에 눕히고 상반신과 하반신에 가림막을 친 후 소독을 가장해 자신의 신체를 삽입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수사 단계에서 항소심에 이르기까지 "거즈에 생리식염수를 묻혀 환자의 신체를 닦은 후 산부인과 기구를 삽입하고 움직였을 뿐, 신체를 삽입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해왔다.
재판부는 이날 "의료진들이 진료실 근처에 상시 대기 중이며 사건 발생 직후 의료진들이 즉시 현장에 도착한 상황에서 성폭행 행위가 이뤄지기 어렵다"며 "시술 이후 환자의 상태로 인해 신체 자극의 원천을 오인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환자가 삽입이라는 예단을 가진 상태에서 주황색 조명 아래 제한적 시야 조건이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산부인과 기구를 A씨 신체로 잘못 봤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환자 몸에 삽입됐던 산부인과 기구가 그대로 보존되지 않고 소독솜 등 다른 증거들과 혼입돼 증거의 무결성이 부족한 점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상 Y-STR 분석법(남성에게만 존재하는 Y 염색체의 특정 반복 염기서열을 분석하는 유전자 검사 기법)의 증명력의 한계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1심은 지난해 2월20일 A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한 바 있다.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과 장애인 복지 시설에 5년간 취업 제한도 함께 명령했다. 1심은 △환자의 진술 일관성과 구체성 △면봉에서 A씨와 환자의 혼합 DNA가 검출된 점 △환자의 성기 관련 시료에서 A씨와 동일한 Y-STR 유전자형이 검출된 점 등을 고려했다.
A씨의 변호를 맡은 이승혜 변호사는 이날 2심 선고 뒤 "사건의 진실은 한쪽 당사자의 느낌이 아니라 객관적 증거와 의학적 사실에 의해 규명돼야 한다"며 "이번 사건은 과학적 증거 외관 뒤에 가려진 시료 채취·보관 과정의 절차적 문제 등 분석법의 식별력 한계가 면밀히 검토돼 본래 형사법 원칙이 관철된 결과"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