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자도 책임감 느껴야"…선거가 남긴 폐현수막 수거 나선 청년들

최문혁 기자
2026.06.06 09:08
5일 오전 서울 관악구 한 거리에서 정근식 서울시 교육감(오른쪽)이 '지구를 지키는 배움터' '생태전환 학부모·시민행동 365' 활동가들과 함께 자신의 선거 현수막을 수거하고 있다./사진=최문혁 기자.

"더 많은 현수막을 수거하고 싶은데 보관하고 업사이클링할 수 있는 여건이 부족해 아쉬워요."

지난 5일 오전 서울 관악구 한 현수막 전문 업체에서 만난 홍다경 지구를 지키는 배움터(지지배) 공동대표는 이같이 말했다. 업체 앞에는 지난 3일 치러진 6·3 지방선거 현수막으로 가득 찬 포대 5자루가 쌓여 있었다. 홍 대표는 "생각보다 수거량이 많아서 놀랐다"며 "직접 운반하고 보관할 여건이 되지 않아 다음주 재방문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청년환경단체 지지배는 6·5 환경의 날을 맞아 지방선거 이후 버려진 폐현수막을 수거하기 위해 이곳에 모였다. 이들이 수거한 폐현수막은 봉제 작업을 거쳐 오는 8월 전북 고창 갯벌에서 해양 폐기물 수거용 마대로 재활용될 예정이다.

선거 현수막은 일반 현수막과 달리 재활용이 어렵다. 후보자 얼굴이나 정치적 문구가 크게 인쇄돼 있어 활용 범위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서울의 A구청 관계자는 "일반 현수막은 일괄적으로 봉제센터로 보내 재활용하지만, 선거 현수막은 사실상 전량 폐기를 원칙으로 한다"고 말했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현수막 철거업체 관계자는 활동가들을 보며 "철거한 현수막을 재활용하겠다며 가져가는 경우는 처음 봤다"며 "보통은 현수막 설치와 철거를 함께 계약하기 때문에 이용이 끝난 현수막은 폐기업체에 비용을 내고 폐기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선거 현수막 재활용률은 20~30% 수준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전국 폐현수막 재활용률이 48.4%인 것에 비하면 낮은 수치다. 선거 이후 환경시민단체들이 나서 폐현수막을 수거하는 이유다.

문제는 비용 부담이다. 비영리 활동을 하는 대다수의 환경단체는 예산 부족이라는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 홍 대표는 "현수막 50장을 수거해 마대자루로 만드는 데 약 10만원이 든다"며 "이번에는 한 학부모 단체가 봉제 작업에 참여하기로 하면서 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환경단체들은 후보자와 정당 측에서도 '선거 쓰레기'에 따른 환경 문제에 책임을 나눠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지배는 이번 지방선거 기간 40여명의 출마자에게 선거 현수막 수거·재활용 업무협약을 제안했지만 실제 협약으로 이어진 사례는 정근식 서울시교육감 한 명뿐이었다. 정 교육감은 이날 현수막 수거 현장에도 방문해 고창 갯벌 해양 쓰레기 수거 활동 지원을 약속했다.

일각에서는 현수막 중심의 선거운동 문화 자체를 디지털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지배가 2024년 총선 당시 유권자 45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명함과 현수막은 '후보 선택에 가장 영향력이 없는 홍보 수단' 1위와 2위로 꼽혔다. 명함도 버려지는 선거 쓰레기 중 하나다.

홍수열 자원순환연구소장은 "근본적으로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디지털 선거운동 확대 등 선거 문화 전반에 대한 정치권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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