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아파" 독감에도 수업하다 사망한 교사…115일 만에 직무상 재해 인정

윤혜주 기자
2026.06.08 22:08
유치원 교사 A씨가 생전 지인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사진=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제공

경기 부천 한 유치원 교사가 독감 확진 상태에서도 수업을 이어가다 끝내 숨진 가운데 사학연금공단이 이 교사에 대해 직무상 재해를 인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8일 오후 성명서를 통해 "사학연금공단이 부천 사립유치원 교사의 죽음을 직무상 재해로 인정한 결정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전교조는 "독감에 걸린 상태에서도 제대로 쉬지 못한 채 교육 현장을 지키다 숨진 교사의 죽음이 개인의 건강 문제가 아니라 노동 환경과 직무 수행 과정에서 발생한 재해였음을 공식적으로 확인한 것"이라며 "이번 결정은 고인의 명예를 회복하는 첫걸음"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여전히 많은 교사들이 대체 인력 부족과 업무 공백에 대한 부담 때문에 병가 사용을 망설이고 있다. 법정 감염병에 걸리고도 동료와 학생을 걱정하며 출근하는 현실 역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며 "교육부는 이번 직무상 재해 인정 결정을 계기로 교사의 희생에 기대는 교육이 아니라 제도로 운영되는 교육 환경을 만드는 데 책임 있게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학연금공단은 지난달 4일 사립학교 교직원 연금 급여심의회를 열고 A씨 유족이 청구한 '직무상 유족급여' 심의를 보류했다. 급여심의회에서 A씨의 직무상 재해 인정 여부에 대해 찬반 표가 동수로 나오면서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이날 사학연금공단의 급여심의회가 해당 안건을 재심의한 끝에 직무상 재해 인정 결정을 내렸다. 사건 발생 115일 만이다.

"너무 아파"...39.8도 고열에도 출근

20대 교사 A씨는 지난 1월19일부터 24일까지 발표회 리허설 준비를 위해 고강도의 노동을 이어갔으며 퇴근 후 늦은 밤까지 보고서를 쓰며 재택근무를 해야했다. 발병 직전인 1월24일 토요일에도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진행을 위해 출근했는데, 이후 감기 증상이 발현되고 상태가 악화되기 시작했다.

지난 1월26일 오전에는 "목 아프다", "몸 아파", "목이 너무 아파요", "재채기하고 기침하고 혼자 난리도 아님. 교무실에서" 등 컨디션 저하를 호소했다. 오후 6시30분 퇴근 후 병원을 찾았지만 이미 진료가 끝난 상황이었다.

다음 날인 1월27일에도 고인은 "머리가 팽팽 돌고, 목이 너무 아프고, 몸이 찢어질 것 같아. 눈물이 계속 맺혀"라고 고통을 호소했고 38.3도까지 열이 올랐다. 이날 저녁 찾은 병원에서 B형 독감 확진 판정을 받았다.

고인은 원장에게 이를 알리며 "몸 관리 좀 더 신경 썼어야 했는데 죄송하다. 마스크를 쓰고 출근하겠다"고 얘기했고, 원장은 "네ㅠㅠ"라고만 답했다. 고인은 독감 확진 판정을 받고 사흘간 출근했다. 고인은 일을 하면서 "너무 아파서 눈물 난다", "컨디션 너무 안 좋아. 오늘이 출근 중 가장 안 좋아", "화장실 가서 토했다"라고 연신 고통을 호소했다.

유치원 교사 A씨가 생전 지인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사진=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제공

지난 1월30일 체온이 39.8도까지 치솟자 오후 12시 30분쯤 조퇴 의사를 밝힌다. 하지만 학급 인수인계를 위해 바로 퇴근하지 못하고 오후 2시가 돼서야 병원에 갈 수 있었다.

수액을 맞았지만 당일 오후 11시가 다 된 시간 목에서 피가 나왔다. 결국 새벽에 응급실로 향했고 의식불명 상태가 됐다. 고인은 오후 10시 44분 "숨쉬기가 너무 불편해", "흉통이 아파", "기침을 너무 해서",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해" 등의 마지막 메시지를 남겼다. 고인은 지난 2월14일 새벽 B형 독감으로 인한 패혈성 쇼크로 사망했다.

고인의 아버지는 직무상 재해 인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 나서 "딸은 누구보다 아이들을 사랑했던 24살 유치원 교사였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일을 늘 소중하게 생각했고, 그곳은 딸이 처음으로 꿈을 시작한 첫 직장이기도 했다"며 "하지만 지금 그 딸은 우리 곁에 없다. 남겨진 가족의 슬픔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고 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