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유골함 처리 방법을 잘 모르겠어요"
최근 서울 강남경찰서 논현1파출소에 전화벨이 울렸다. 전화기 속 남성은 "어머니 유골함을 방치하고 있는데 처리 방법을 잘 모르겠다"고 했다.
홍진세 경위는 남성의 주거지로 향했다. 홍 경위는 "대상자의 주거지는 반지하에 원룸 형태였다"며 "방 안이 어질러져 있었고 물건이 정돈되지 않은 상태였다"고 회상했다.
신고 내용을 확인하려고 냉동고를 열었더니 흰색 종이로 싸인 유골함이 있었다.
남성의 모친은 사망 진단서상 2008년 2월쯤 세상을 떠났다. 이후 18년 동안 유골함이 냉동고에 있었던 것이다.
남성은 "당시 정신적인 충격이 커서 사망 신고를 하지 못했다"며 "사망 신고를 한다는 것도 어머니의 사망 사실을 인정하는 것처럼 느껴져서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고 했다. 남성은 지금도 모친의 유품을 가지고 있는 것은 물론 모친의 사진을 계속 지니고 다닌다.
홍 경위는 "어머니로부터 정서적인 독립을 하지 못하고 시간이 지체되다 보니 18년 동안 사망 신고를 하지 못한 결과로 이어진 것이지 않나 생각한다"고 했다.
남성은 지난 2월 뇌경색이 발병해 이제껏 해왔던 청소 업무를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병세가 악화되면서 모친의 목소리가 들리는 등 환청 증세가 나타났고, 외출을 꺼리게 되며 대인기피증까지 생겼다.
임용된 지 2개월차인 홍 경위는 "평소 부모님께서 주변에 어려운 사람들이 많으니 늘 이런 사람들을 돌보고 아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당부하셨다. 저도 이런 영향을 받아서인지 경찰관이 된다면 어려운 분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외면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며 "최선을 다해 이 분을 도와드려야겠다고 마음 먹었다"고 했다.
먼저 사망 신고를 18년 동안 하지 않은 것에 대한 법적 위반 사실에 대한 검토가 필요했다. 해당 행위에 대해서는 가족관계등록법상 5만원 이하 과태료 처분이 내려지는데 남성은 이를 완납했다. 또 국민연금공단에 문의해 남성이 유족 연금이나 사망 일시금 등을 부정 수령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했다.
홍 경위는 대학 병원 및 서울시립승화원에 공문을 발송했다. 공문에는 "인도적 차원 및 공중위생, 사회복지 측면을 고려하여 관할 주민센터와 협조해 공설 봉안당에 안치를 추진하고자 한다"며 "안치 절차 진행을 위해 사망진단서, 화장증명서 등 서류가 필요하니 적극 협조해 주시기 바란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후 서류를 송부받았고, 사망 신고가 정상적으로 수리됐다.
홍 경위는 여기서 끝내지 않았다. 주민센터와 협업해 남성의 주거지를 방문하는 등 실태조사에 나섰다. 그 결과 남성은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돼 생계 급여, 의료 급여, 주거 급여 등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아울러 정신건강복지센터를 통해 심리 상담도 받고 있다.
홍 경위는 "안치 비용도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며 "그래서 강남구청과 연계된 충북 음성 소재 추모의 집에서 안치 비용 감면이 가능하다고 해서 저와 팀장님이 비번일에 대상자를 모시고 방문했다"고 했다.
18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차가운 곳에 머물러야 했던 어머니를 마침내 따뜻하고 편안한 품으로 모시며 남성은 목을 놓아 서럽게 울었다.
홍 경위는 "서럽게 우시는 모습을 보면서 다행이라는 생각과 함께 울컥했다"며 "앞으로도 어려운 분들을 마주하면 그분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진심으로 도와드릴 수 있는 경찰관이 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