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사태'를 규탄하는 대학생들의 집단행동이 확산하고 있다. 전국 주요대학 총학생회들은 6·10 민주항쟁 기념일에 맞춰 시국선언에 나서며 진상규명과 선거관리체계 개혁을 촉구했다.
10일 머니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 오후 6시 전국 18개 대학 총학생회는 각 대학 캠퍼스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시국선언을 진행했다. 각 총학생회는 시국선언문을 통해 △국정조사·특별검사를 통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구제 대책 마련 △정부와 국회의 재발방지 대책 수립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구조개혁 △청년·대학생을 포함한 시민이 참여하는 독립적 개혁 감시기구 설치 등을 요구할 계획이다.
대학생들은 이번 사태가 청년세대가 중시하는 '공정'의 가치를 정면으로 훼손했다고 주장한다. 성균관대 총학생회는 "우리 세대는 공정을 중요한 가치로 여긴다"며 "선거결과와는 별개로 동등하게 보장돼야 할 권리가 누군가에겐 허락되지 않았다는 부정의가 우리를 분노하게 만들었다"고 밝혔다.
고려대 총학생회도 "민주주의는 민의로부터, 민의는 공정한 선거로부터 보장된다"며 "민의가 침해된 상황에 대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활용해 진상을 규명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대학생들의 문제제기를 정파적 논쟁으로 해석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연세대 학생들은 6월 민주항쟁의 상징인 고 이한열 열사를 언급하며 이번 시국선언의 의미를 강조했다.
황인서 연세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장은 "1987년 이한열 열사의 죽음 앞에서 시민들과 대학생들이 침묵하지 않았고 거리에 나와 1인 1표의 민주주의를 쟁취했다"며 "이한열 열사가 지키고자 했던 민주주의 앞에서 국민이 투표소에서 권리를 보장받지 못했단 현실이 부끄럽지 않은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대학가의 선관위 규탄 움직임은 빠르게 확산하는 모습이다.
공무원단체도 선관위를 규탄하고 나섰다. 이들은 선관위를 향해 "더이상 선거현장 업무를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에게 떠넘기지 말라"고 촉구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하 전공노)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선관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선관위를 해체하는 수준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공노는 "투표용지 부족사태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근간을 무너뜨린 국가적 참사"라며 "국민의 참정권이 짓밟혔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무능과 무책임, 구조적 직무유기가 빚어낸 필연적 결과"라며 모든 책임이 선관위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해준 전공노 위원장은 "이번 사태로 부정선거를 얘기하는 사람들에게 명분을 주게 돼 안타까운 심정"이라며 "잘못된 선거시스템에서는 더이상 선거업무를 함께 수행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그간 여러 차례 선거제도의 개선사항을 요구했지만 중앙선관위는 인력과 예산을 핑계로 외면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선거현장 업무를 지자체 공무원들이 대신 수행하는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태성 전공노 사무처장은 "선거업무를 지자체에 위임하는 대행체제가 아닌 선거를 직접 집행하는 선거 '집행' 위원회로 혁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법원이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사태가 벌어진 투표소에 대한 현장검증에 나섰지만 증거보전 대상인 투표용지 상자가 이미 사라져 확보하지 못했다. 김정철 개혁신당 최고위원은 현장검증 동행을 마친 뒤 "추가로 확보된 증거가 없다"며 "선관위에서도 그게 어디 갔는지 모르는 상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