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받아야 했는데"...우울함 쏟아내던 딸 세상 떠난 뒤 아버지의 후회 기사 코너명 추가

박상혁 기자
2026.06.17 05:58

[기획]클린 스쿨-자살 없는 학교②-2

[편집자주] 머니투데이는 올해 마약, 도박, 자살 등이 없는 맑은 학교 만들기에 나서고 있습니다. 한국의 자살 사망률은 전세계적으로 높습니다. 청소년 자살 사망률도 최근 높아지고 있습니다. 청소년들이 우울 증상을 호소해도 '사춘기'로 치부되면서 말할 곳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청소년들이 어떤 위기를 겪고 있는지 위기에서 구할 방법은 없는지 알아봤습니다.
2023년 4월25일 A양은 세상을 떠났다. 그는 SNS를 통해 접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활동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앞으론 디시인사이드에 글 안 쓰고 학교도 잘 다니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때 그 말을 믿은 게 너무 후회돼요."

서연(가명)이 세상을 떠난 지 3년이 지났지만 아버지 김씨는 여전히 그 온라인 공간을 떠올린다. 딸이 마지막까지 머물렀던 곳, 하루 수십 개의 글을 올리며 외로움과 우울을 쏟아냈던 곳, 극단적 시도를 부추기거나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주는 글이 별다른 제지 없이 올라오던 곳이었다.

가족들이 기억하는 서연은 활발하고 감수성이 풍부한 딸이었다. 김씨는 "개성이 강했고 남한테 인정받기를 좋아했던 아이였다"며 "팝송을 즐겨 듣고 자작시를 쓸 정도로 예술적 감각도 뛰어났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중학교에 입학한 2020년, 코로나19(COVID-19)로 학교생활이 멈추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온라인 수업이 이어졌고 확진자 격리 생활까지 겪은 뒤 교실로 돌아왔을 땐 친구들 사이에는 이미 무리가 형성돼 있었다. 김씨는 "그때부터 딸이 우울하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했다.

이 무렵부터 서연은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활동하기 시작했다. 가족들이 뒤늦게 이를 알았을 때 서연은 하루 30개가 넘는 글을 올리고 있었다. 해당 커뮤니티에는 혐오와 자학, 우울이 뒤섞인 글들이 끊임없이 올라왔다. 김씨는 "더이상 글을 쓰지 말라"고 했고, 그렇게 하겠다는 서연의 말을 그대로 믿었다.

하지만 고등학교에 입학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2023년 4월, 서연은 극단적 시도를 했다. 서연은 "자살 시도가 아니었다"며 "앞으로 학교도 열심히 다니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닷새 뒤, 서연은 세상을 떠났다. 김씨는 "그때 딸의 말을 믿지 말고 입원 치료를 받게 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게 한으로 남는다"고 했다.

김씨에 따르면 서연이 극단적 시도에 사용한 방법은 커뮤니티 게시글을 통해 공유되던 내용과 동일했다. 온라인 공간에서 반복적으로 노출된 정보가 현실의 행동으로 이어진 셈이다.

서연이 세상을 떠난 뒤에도 관련 글과 댓글을 계속 남겼다. 서연의 죽음을 언급한 글에 자신이 영향을 미쳤다는 취지의 댓글도 달렸다. 김씨는 이를 하나하나 캡처해 작성자를 '신원미상'으로 고소했다.

수사 끝에 글 작성자로 특정된 A씨는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 위반 혐의로 2024년 3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판결이 나온 지 2년여가 흘렀지만 가족은 이전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김씨는 지금도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김씨는 온라인 유해 정보로부터 미성년자를 보호할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SNS에 올라오는 유해 정보가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훨씬 크다"며 "미성년자를 보호할 수 있는 장치와 유해 정보를 반복적으로 유포하는 이용자에 대한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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