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탄이다" 공연 보러 갔다가 욕설에 분통…잠실 시위에 시민 불편 확산

이현수 기자
2026.06.22 15:40

공연장 변경에 '자리 부족'도

일본 4인조 록 밴드 킹누(King Gnu) 내한공연을 찾은 관객들이 17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 DOME(체조경기장) 앞에 길게 줄 서 있다./사진=뉴스1.

"'나라가 이런데 공연을 보러 다니다니 미쳤냐'는 말을 들은 사람도 있습니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일대 시위가 2주 넘게 이어지면서 공연·축제 관람객과 공원을 찾은 일반 시민에게도 피해가 확산하고 있다.

22일 스레드(Threads) 등 주요 SNS에는 지난 20일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일본 밴드 킹누(King Gnu) 공연과 서울파크뮤직페스티벌을 찾은 관람객들이 시위대로부터 과격한 언행과 모욕적인 발언을 들었다는 글이 다수 게시됐다. 게시글에는 시위 참가자들로부터 "사탄이다", "이 시국에 공연을 하고 싶냐", "정신 차려라" 등 비난과 욕설을 들었다는 내용이 담겼다.

실제 지난 20일 킹누 공연을 찾은 박모씨(30)도 공연장 인근 시위대로부터 공격적인 발언을 들어야 했다. 박씨는 "시위와 전혀 관계없는 관객들을 향해 '부정선거', '재선거' 같은 구호를 외칠 줄은 몰랐다"며 "공연을 보고 돌아가는 사람들에게 주장을 반복하는 모습에 거부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몇 달 전 예매해 기다린 공연이었는데 불쾌한 마음으로 귀가해야 했다"고 덧붙였다.

한 관람객은 "시위대가 공연 관람객들을 뒤따라가며 큰소리로 욕설하는 모습에 진절머리가 났다"며 "즐거운 마음으로 공연을 보러 왔는데 기분만 상했다"고 적었다. 또 다른 관람객은 "외국인 관광객도 많았는데 관람객들에게 왜 화풀이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공연장 변경까지…"시위 과열 막아야"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항의하는 개표소 봉쇄 시위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20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88잔다마당에서 열리는 파크뮤직페스티벌 관람객들이 줄 서 있다./사진=뉴시스.

공연 진행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서울파크뮤직페스티벌은 당초 88잔디마당과 티켓링크 아레나(옛 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릴 예정이었지만 시위 여파로 일부 공연장 위치를 변경했다. 공간 수용 인원이 줄면서 "입장하지 못했다", "줄만 서다 공연을 보지 못했다" 등의 항의도 이어졌다.

시위가 장기화하면서 행사 운영 차질뿐 아니라 현장을 찾은 시민과의 마찰도 늘어나는 모습이다. 최근에는 취재진 감금·폭행 사태, 핸드볼 유소년 국가대표 선수들의 소지품 수색 등 논란도 불거졌다.

전문가들은 공공장소에서의 집단 시위가 과열된 상태로 장기화할 경우 갈등이 집회 참가자와 비참가 시민 간 대립으로 번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집회 방식에 따른 표현의 자유와 시민 안전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설명이다.

윤인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일부 참가자들이 극단적으로 행동하는 과정에서 시위에 참여하지 않는 시민들이 불필요한 피해를 보거나 돌발적인 폭력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며 "시위 현장을 모니터링하며 대화를 통해 안전을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투표용지 부족사태' 진상조사를 통해 시위 동력을 약화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윤 교수는 "이른 시일 내 국민들의 의문을 해소할 수 있는 진상 조사와 개혁 방향성 제시가 필요하다"며 "관련 논의를 진전시켜 시위가 과열되는 양상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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