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X공원서 열린다더니 OO광장?"…기부금 받은 이사장 사기죄 유죄→무죄

송민경 (변호사)기자
2026.06.23 12:00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모습./사진=뉴스1

행사 개최 장소를 다르게 설명한 뒤 기부금을 받았더라도 그 내용이 기부 결정의 본질적인 요소라고 보기 어렵다면 사기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모 사단법인 이사장 김모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판단하기 위해 원심 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23일 밝혔다.

김씨는 2023년 8월 피해자에게 "노래자랑 행사를 부산의 한 공원에서 개최할 예정인데 기부금을 내고 대회장을 맡아달라"고 말해 5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당시 행사가 실제로는 부산 중구의 한 광장에서 열리기로 정해져 있었고 장소 변경도 불가능한 상황이었는데도 김씨가 마치 다른 공원에서 행사를 개최할 것처럼 피해자를 속여 기부금을 받았다고 판단했다.

1심과 2심은 모두 유죄를 인정했다. 원심은 김씨가 행사 장소와 관련해 피해자를 기망했고 피해자는 공원에서 행사를 개최하는 것을 전제로 기부금을 지급했다고 봤다. 이에 따라 김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우선 김씨가 실제로 공원에서 행사 개최를 약속하며 피해자를 속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설령 행사 장소와 관련한 설명에 일부 차이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피해자의 기부 결정에 영향을 미친 본질적인 사항이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어 대법원은 피해자가 낸 500만원 역시 특정 장소에서의 행사 개최를 전제로 지급된 돈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기부금이 구체적인 행사 장소와 내용까지 엄격하게 특정해 지급된 것으로 보기 어렵고, 개방형 행사인 노래자랑의 특성상 개최 장소가 광장이든 공원이든 일반적·객관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실제로 다른 장소에서 행사가 개최됐다고 해서 행사 참가자 구성이나 행사 목적 달성에 유의미한 차이가 발생했다고 볼 자료도 없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김씨가 기부행위의 본질적 요소에 대해 피해자를 기망했다고 보기 어렵고, 기망 의사 역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계약이나 약속 내용이 일부 달랐다는 이유만으로 형사처벌을 확대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며 민사상 분쟁과 형사상 사기죄를 엄격히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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