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조작 패가망신 1호' 피의자 4명 영장 기각…"혐의 다툼 여지"

박진호 기자
2026.07.01 23:20

법원 "방어권 보장할 필요 있어"
시세조종 적용 조항 미특정·압수절차 준항고 사건 등 고려

1000억원 이상의 시세조종 자금을 조달해 가장·통정매매 수법으로 주가를 조작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 4명이 1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1000억원 이상의 대규모 자금을 동원해 주가를 조작한 혐의를 받는 일당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됐다.

서울남부지법 황중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일 오후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학원 운영자이자 개인 투자자 김모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범행에 연루된 혐의를 받는 병원장 장모씨, 전직 DI동일 이사 정모씨, DI동일 소액주주연합 대표를 자처하는 신모씨 등 3명에 대한 구속영장도 모두 기각됐다.

재판부는 "혐의 성립 여부 또는 성립 범위에 다툼의 여지가 있어 방어권 보장이 필요해 보인다"며 "영장청구서 범죄사실의 총 6만5168회의 시세조종행위가 자본시장법 176조 제1 내지 3항 중 어느 조항에 위배되는지 구체적으로 기재돼 있지도 않다"고 밝혔다.

아울러 주범으로 지목된 김씨가 압수 절차의 위법성을 문제 삼아 제기한 준항고와 관련해 "구속 여부 결정 과정에서 해당 준항고 사건의 처리 결과를 기다리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고 했다.

이 밖에 김씨 등 피의자들의 사회적 유대관계, 수사절차에 임한 태도, 수집된 증거 등을 종합했을 때 △도주 또는 증거인멸 우려가 충분히 소명됐다고 보기 어렵고 △구속 필요성과 상당성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정씨에 대해선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치료 중인 점도 고려했다.

앞서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신동환 부장검사)는 지난달 26일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날 오후 1시55분쯤 법원에 도착한 이들은 '혐의를 인정하는지', '피해 주주들에게 할 말은 없는지' 등 취재진 질문에 답하지 않고 법정으로 향했다.

검찰은 김씨 등이 일별 거래량이 적은 DI동일을 주가조작 대상으로 정한 뒤 자신들이 운영하는 법인 자금과 금융회사 대출금 등을 동원해 시세를 조종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들은 소액주주운동을 빌미로 DI동일 경영진을 압박해 자기주식을 취득하는 신탁계약을 체결하게 한 뒤, 주가를 관리하며 투자자들을 유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혐의자들의 DI동일 매수 주문량은 시장 전체의 3분의 1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지난 3월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이 사건에 연루된 금융 전문가와 소액주주 운동가 등 11명, 관련법인 4곳에 대한 고발을 접수받고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이후 NH투자증권과 DI동일, KB증권, NH투자증권, 교보증권 등을 압수수색하며 강제수사를 이어왔다.

이 과정에서 김씨 등 일부 피의자는 "증거 선별 과정에 절차적 하자가 있다"며 서울남부지법에 증거 능력을 배제해 달라는 준항고장을 제출하기도 했다. 준항고는 압수수색 등 수사기관 처분이 부당하다고 판단될 때 법원에 취소나 변경을 구하는 절차다.

한편 이번 사건은 이재명 대통령이 불공정거래 척결을 강조한 후 출범한 합동대응단의 '주가조작 패가망신' 1호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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