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BTS) 정국과 배우 김규리, 육상선수 김민지 등 유명인 상대 스토킹 범죄가 이어지면서 예방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스토킹 사건이 강도, 폭행, 사생활 침해 등 추가 범죄로 확산된 사례가 적지 않아 관련 논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BTS 정국의 서울 용산구 주거지에 무려 22회나 찾아가 스토킹 범죄를 저지른 브라질 국적 여성 A씨가 지난 5월 서울서부지법 재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A씨의 경우 실형은 피했으나 징역형이 선고된 만큼 형이 확정되면 국외로 추방될 가능성이 크다. 외국인이 국내 체류 중 범죄에 연루돼 300만원 이상의 형벌을 받게 되면 강제 출국 대상으로 분류된다.
정국 주거지에 20여회 찾아간 A씨는 초인종을 반복해 누르거나 자신이 준비한 특정 물건을 문 앞에 두는 등의 행위로 정국에게 불안감을 줬다. A씨는 신고받고 출동한 경찰로부터 '정국 주거지에 100m 이내 접근 금지'를 골자로 한 긴급 응급 조처를 받았는데도 범행을 이어갔다.
A씨는 출입이 제한되는 정국 주거지에 접근하기 위해 쪽문 근처에서 대기하다, 음식 배달원이 주거지에 들어갔다 나오는 순간을 노려 침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 외에도 지난해 한 40대 여성이 정국 자택의 주차장에 침입했다가 현행범 체포됐고, 30대 중국인 여성은 자택 현관 비밀번호를 여러 차례 누르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정국은 글로벌 팬 소통 플랫폼 위버스를 통해 스토킹 범죄를 그만해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정국은 "집 근처에서 대기하며 저를 기다리지 말라"며 도 넘은 스토킹 범죄에 대해선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방송인 서동주를 스토킹했던 40대 남성 B씨가 유치장에 구금됐다가 풀려난 뒤 범행 상대를 배우 김규리로 바꿔 강도 범죄를 저지른 사건이 발생했다.
B씨는 지난 5월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북촌한옥마을에 있는 김규리 자택에 침입, 집 안에 있던 김규리와 그의 여성 지인에게 흉기를 들이밀고 폭행 및 강도 범죄를 저질렀다. 김규리는 골절과 타박상 등 부상을 입었으나 탈출에 성공해 주변 시민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이후 B씨는 현장에서 도주했다가 약 3시간 후 서울 강서구 까치산지구대를 찾아가 자수했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B씨는 "과거 방송된 요리 예능 내용을 유튜브 영상으로 보고 김규리 집 위치를 파악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 소식이 전해진 후 B씨가 강도 범죄를 저지르기 전 서동주를 스토킹했던 사실이 새롭게 알려졌다. B씨는 도시가스 검침원으로 위장하고 서동주 집에 찾아가 내부 사진을 촬영했다. 뒤늦게 이상함을 느낀 서동주가 경찰에 신고하면서 B씨는 체포됐다.
경찰은 B씨에게 스토킹, 주거침입 등 혐의를 적용해 입건했다. 이후 B씨에 대한 구속영장과 유치장 구금이 가능한 잠정조치 4호를 신청했다. 하지만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해 주지 않아 B씨가 풀려났고, 그는 김규리를 상대로 다음 범죄를 실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육상선수 김민지는 허락 없이 주소를 노출한 부동산 중개업소 때문에 스토킹 범죄에 노출됐다. 국내 한 신축 오피스텔에 거주한 김민지는 최근 "안전 때문에 이사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며 "그 과정에서 겪은 일들로 트라우마가 생겼다"고 토로했다.
김민지는 오피스텔 1층 분리수거장에서 불이 나 대피하던 상황이 있었는데, 한 남성이 휴대전화 카메라로 자신을 계속 촬영했다고 밝혔다. 그는 "찍히지 않으려고 주차된 차 뒤로 숨었는데 끝까지 쳐다보며 촬영하더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김민지는 "이후 오피스텔 안에 들어왔는데 문제의 남자가 미행하듯 따라 들어왔다"며 "몇 층에서 엘리베이터 내리는지 확인하려는 기색을 보여 다른 층에서 내린 뒤 계단으로 대피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 사건 이후 집에 갈 때마다 주변을 살피고 엘리베이터 층수를 교란하는 등 트라우마가 생겼다"고 털어놨다.
스토킹 사건을 겪은 뒤 이사할 집을 찾아보던 중 김민지는 자신의 주소가 노출된 이유를 알게 됐다. 김민지는 "언니가 부동산 플랫폼에서 이사할 집을 찾다가 '솔로지옥 김민지와 같은 집'이라는 홍보 문구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김민지는 "저와 계약하지도 않은, 다른 부동산에서 올린 오피스텔 관련 정보였다"며 "사실상 (호수 제외하고) 제 주거지가 공개된 것이나 마찬가지라 너무 소름이 끼쳤다"고 분노했다. 그는 소속사와 상의한 뒤 변호사를 통해 관련 게시물을 삭제 조처했다고 덧붙였다.
과거에는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며 남성이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 여성에게 반복해 접근하는 행위가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스토킹 범죄가 사회 문제가 되자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스토킹처벌법)이 2021년 10월 시행돼, 최대 징역형 처벌이 가능해졌다. 그 전까지는 스토킹에 경범죄처벌법이 적용돼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
스토킹처벌법은 2023년 개정됐는데 피해자 처벌 의사와 무관하게 기소할 수 있도록 반의사불벌죄 규정이 삭제됐고, 위치추적 앱이나 GPS(위치항법시스템)를 활용한 행위도 스토킹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처벌이 강화됐으나 스토킹 범죄는 증가세다. 112 신고 통계에 따르면 2021년 1만4509건이었던 스토킹 신고 접수는 지난해 4만4684건으로, 약 4년 만에 3배 이상 급증했다.
스토킹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정부는 관련 정책협의체를 꾸린 상태다. 성평등가족부와 경찰청은 기존의 사안별 협의에서 벗어나 향후 주기적인 협의를 진행해 △피해자 보호 조치 강화 △스토킹 고위험 징후 안내문 홍보 △폭력 특성 반영한 현장 역량 강화 등을 중점으로 스토킹 예방책을 마련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