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여고생 살인' 사건 유가족들이 철저한 진상 규명과 관계자들의 엄벌을 촉구했다.
8일 뉴시스와 뉴스1에 따르면 고(故) 이채원 학생 유가족과 추모모임 관계자들은 이날 오전 광주경찰청 로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건은 일부 수사관의 실수나 무능이 아니라 경찰 조직이 '제 식구 감싸기'를 위해 사건을 축소·은폐한 의혹이 있다"며 "사법당국은 성역 없는 수사를 통해 모든 의혹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 사건을 수사한 광주 광산경찰서 수사팀장 A경감이 증거인멸 혐의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게 된 데 대해 "무능했을 뿐 고의는 없었다는 주장은 책임 회피이자 유가족에 대한 2차 가해"라고 비판했다. A경감은 이채원양을 살해한 피의자 장윤기(23)가 범행 전후 사용한 차량 압수수색 과정에서 결박 도구로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케이블타이'를 인멸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A경감을 긴급체포한 뒤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며, 이날 오전 광주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가 열렸다. 구속 여부는 이날 오후 결정될 전망이다. 앞서 경찰은 이 사건 수사 과정에서 증거인멸 정황을 확인하고 광주 광산경찰서 수사팀장을 긴급체포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양의 어머니는 딸을 떠올리며 "다른 사람을 살리는 응급구조사가 되고 싶다던 착한 딸이었다"며 "지금 하루하루 숨 쉬는 것조차 미안하고 고통스럽다"고 호소했다. 이어 "국민을 보호해야 할 경찰이 사건을 축소하고 조직적으로 은폐하는 모습이 드러났다"며 "누구보다 엄정하게 수사하고 채원이의 억울함을 풀어줄 것이라 믿었던 경찰이 우리 편이 아니라 살인자의 편이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경찰 본인들의 딸이 억울하게 목숨을 잃었다면 증거가 사라지고 진실이 훼손되는 것을 가만히 지켜볼 수 있었겠느냐"며 "민중의 지팡이라는 경찰이 제 식구를 감싸고 진실을 은폐했다면 대한민국 어느 국민이 경찰을 믿고 살 수 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가해자 아버지가 경찰이란 이유로 사건의 진실이 왜곡되고 증거가 인멸됐다는 의혹에 또 한 번 절망했다"며 "수사와 재판을 통해 모든 사실을 명명백백하게 밝히고 관련자 모두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어달라"고 요구했다.
유가족은 장윤기에 대해서도 강력한 처벌을 촉구했다. 이양의 어머니는 "저희는 가해자에게 반드시 사형이 내려질 수 있도록 법이 바뀌는 일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며 "피눈물을 흘리며 딸의 이름과 얼굴까지 세상에 공개한 것은 다시는 채원이와 같은 피해자가 생기지 않길 바라는 마음 하나뿐"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또 장윤기의 아버지가 경찰 중간 간부란 점을 언급하며 친족상도례 적용으로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유가족은 "가해자 아버지가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다"며 "국회와 정부는 관련 제도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유가족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김영근 광주경찰청장에게 항의서한을 전달하고, 경찰의 조직적 은폐 의혹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관련 경찰관들에 대한 엄정한 사법처리를 요구했다.
한편 경찰청은 사건 관련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수사 관계자와 지휘라인 일부를 직무에서 배제하고, 전담 수사 조직을 꾸려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