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에 대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선고된 징역 7년 형이 그대로 확정됐다. 대법원은 공수처의 수사 절차와 체포·수색영장 집행이 적법했고 윤 전 대통령이 경호처 인력 등을 동원해 영장 집행을 막은 행위는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9일 △특수공무집행방해 △허위공문서작성 △허위작성공문서행사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공용서류손상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 위반 교사 △범인도피 교사 혐의로 기소된 윤 전 대통령의 상고심에서 윤 전 대통령과 특별검사의 상고를 기각했다. 징역 7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그대로 확정한 것이다.
대법원은 우선 공수처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개시하고 진행한 것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공수처의 수사가 위법이라는 윤 전 대통령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대법원은 공수처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에 대한 수사권이 있고 대통령에게 불소추 특권이 있다고 하더라도 직무 수행이나 국가원수로서의 권위 확보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는 수사가 가능하다고 봤다.
또 공수처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인지했다면 두 범죄의 사실관계와 증거가 상당 부분 겹치는 이상 공수처법상 관련 범죄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이 사건에서 공수처가 형식적으로만 직권남용 사건을 수사한 것이 아니라 실제 수사를 진행했고 기소까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윤 전 대통령이 체포영장 집행을 막은 행위는 국가기관의 정당한 직무집행을 방해한 범죄라고 규정했다. 윤 전 대통령이 머물던 서울 한남동 관저는 군사상 비밀이 요구되는 장소지만 영장 집행이라는 국가의 사법권 행사를 방해할 목적으로 이뤄진 행위는 정당한 경호행위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해당 장소의 책임자인 대통령경호처장이 수색영장 집행에 대한 승낙을 거부했더라도 그 거부 사유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다"며 "또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할 우려가 있었다고 인정되지 않으므로 승낙 거부는 부적법하고 따라서 수색영장의 집행 절차가 적법하다"고 했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대통령 재직 중 불소추특권 대상 범죄에 대한 수사가 어느 범위까지 가능한지, 공수처가 고위공직자 범죄 수사 과정에서 인지한 관련 범죄를 어디까지 수사할 수 있는지, 군사상 비밀 장소에 대한 압수·수색 승낙 거부가 언제 허용되는지 등을 처음으로 구체적으로 제시했다고 덧붙였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월 대통령경호처 직원들을 동원해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와 별개로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전 열린 국무회의에 일부 국무위원만 소집해 참석하지 못한 국무위원 9명의 심의권을 침해한 혐의도 받는다.
국무총리와 국방부 장관이 서명한 문서에 의해 계엄이 이뤄진 것처럼 허위 선포문을 만들고 폐기한 혐의(허위 공문서 작성·행사 등), 계엄 선포 후 외신에 허위 공보를 지시한 혐의(직권남용), 군사령관들의 비화폰 통화 기록을 삭제하도록 지시한 혐의(직권남용 교사)도 받는다.
1심은 체포영장 집행 방해, 국무위원 7명의 계엄 심의권 침해, 사후 계엄 선포문 허위 작성·폐기, 비화폰 통신 기록 삭제 지시 혐의 등을 유죄로 보고 징역 5년을 선고했다. 다만 외신 대상 허위 PG 전파 지시 혐의와 소집 통지를 받았지만, 회의에 참석하지 못한 국무위원 2명에 대한 심의권 침해 부분, 사후 계엄 선포문 관련 허위 작성공문서 행사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2심은 1심에서 무죄였던 외신 허위 PG 전파 지시 혐의와 국무위원 2명 심의권 침해 부분까지 유죄로 뒤집고 징역 7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허위 작성공문서 행사 혐의에 대해서는 사후 작성된 허위 계엄 선포문이 다른 사람에게 제시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1심처럼 무죄로 판단했다.
공수처는 선고 직후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제기됐던 공수처의 수사권과 관할권, 체포영장 집행의 적법성에 관한 여러 쟁점에 대해 사법부가 최종적인 판단을 내렸다"며 "특정 개인에 대한 형사책임을 확정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도 형사사법 절차는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라 작동해야 한다는 법치주의 원칙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