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종준 전 경호처장 등 전직 경호처 간부들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에서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부장판사 이현경)는 9일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박 전 처장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12·3 비상계엄에 대한 내란 혐의를 수사하던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한 박 전 처장 등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박 전 처장 등이 위법한 지시인 것을 인식하면서도 범행을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함께 기소된 △김성훈 전 경호처 차장은 징역 5년 △이광우 전 경호본부장은 징역 2년 6개월 △김신 전 가족경호부장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실형을 선고받지 않은 김 전 부장을 제외한 3명은 도주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법정에서 구속됐다. 이들은 구속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굳은 얼굴로 입을 꾹 다문 모습이었다.
재판부는 박 전 처장에게 "경호처의 최종 책임자로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체포 저지 지시가 있더라도 이를 거부해야 했다"며 "그런데도 조직적으로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하고 물리적 충돌을 당시 목격함에도 영장 집행에 협조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찰 출신으로 영장 집행의 의미를 잘 알면서도 범행을 저질렀다"고 했다.
김 전 차장은 박 전 처장보다 1년 더 높은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김 전 차장이 윤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비화폰 통화내역을 삭제하는 등 적극적으로 영장 집행을 방해했단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김 전 차장은 윤 전 대통령의 지시를 거부하지 않고 비화폰을 수사기관이 못 보도록 지시하거나 가장 적극·강경하게 역할을 수행했다"며 "영장 집행을 조직적으로 저지하는 핵심적 역할을 수행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김 전 차장이 박 전 차장의 사임으로 최종 책임자가 됐을 때도 영장 집행을 저지하는 위법한 행위를 지시해 직원들을 법적 처벌 등에 처하게 한 점도 지적했다.
이 전 본부장에 대해선 "(공수처 영장 집행 공무원과의) 충돌 가능성과 문제를 인식하면서도 핵심 역할을 맡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들 중 유일하게 실형을 피한 김 전 부장의 경우, 일부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으나 체포영장 집행 저지 범행 전반에서 나머지 피고인들과 공모하지 않은 점이 양형에 참작됐다.
특검팀은 지난달 결심공판에서 박 전 처장에게 징역 7년을 구형했다. 이와 함께 특검팀은 김 전 차장에게 징역 7년, 이 전 본부장에게 징역 5년, 김 전 부장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특검팀은 "불법 계엄을 선포한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 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 이 사건 범행을 조직적으로 저질렀다"며 "헌법이 규정한 법치주의와 영장주의 원칙을 송두리째 부정했다"고 했다.
박 전 처장 등은 2024년 12월30일과 지난해 1월7일 공수처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하는 것을 방해한 혐의로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에 의해 재판에 넘겨졌다. 특검팀 조사에 따르면 박 전 처장 등은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할 근거가 없다는 점 등을 인식하면서도 차 벽 설치 등을 통해 윤 전 대통령이 체포되지 못하도록 막았단 혐의를 받는다. 이에 더해 김 전 차장은 윤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군사령관 3명의 비화폰 정보를 삭제하도록 경호처 직원에게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한편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하도록 경호처에 지시한 윤 전 대통령은 이날 대법원에서 징역 7년을 확정받았다. 12·3 비상계엄 이후 583일 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