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공시로 주가를 띄운 혐의를 받는 코스닥 상장사 '알에프세미' 전·현직 대표가 첫 재판에서 사실관계를 대체로 인정했다. 다만 범행의 고의성과 공모관계는 부인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 15부(노유경 부장판사)는 10일 오전 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정거래 등 혐의를 받는 전 대표 구모씨와 현 대표 반모씨에 대한 첫 공판을 열었다.
구씨 측은 대체로 혐의를 인정했으나 주관적 고의와 공모관계에 대한 부분에 대해서는 다툴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구씨는 "이차전지 사업을 진정으로 하려고 했다"며 "공정하게 일하려 했다는 점을 재판부가 잘 살펴봐 달라"고 말했다.
변씨 측 변호인도 "전반적인 사실관계는 동의하지만 공모관계가 없다는 점을 전제로 사기적 부정거래 관련 혐의는 다투겠다"고 했다.
알에프세미 법인 측은 공소사실을 전반적으로 부인했다. 이날 변호인 없이 출석한 공범 2명에 대해서는 재판이 진행되지 않았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10일 두 사람을 구속기소했다. 이후 나머지 공범 2명을 추가로 불구속기소하고, 알에프세미 법인도 함께 재판에 넘겼다.
구씨는 과거 기획재정부 차관보 출신, 반씨는 2018년 '중국발 배터리' 테마로 주식시장을 교란한 후 잠적한 인물로 알려졌다.
구씨와 반씨는 연 260% 상당의 고금리 사채를 끌어와 자기자본 없이 알에프세미를 인수한 뒤 허위 공시를 통해 주가를 약 9배 끌어올린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최대 6조원 규모의 리튬인산철 배터리 판권 계약을 체결했다"는 등의 허위 자료를 배포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주가조작 일당이 이 과정에서 약 138억원의 시세차익을 챙긴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소액주주 1만5000여명은 주가 급락으로 손해를 입었다. 2000원대 초반이던 알에프세미 주가는 관련 공시 이후 2만9450원까지 치솟았지만, 허위 사실이 드러난 뒤 거래가 정지됐고 주가는 공시 이전 수준으로 하락했다.
구씨와 반씨의 공소사실에는 알에프세미 기존 경영진을 속여 경영권을 인수한 혐의도 포함됐다.
이들은 반씨가 운영하는 중국 유럽그룹에서 200억원을 투자하고 6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해 대대적인 이차전지 사업에 나설 것처럼 제안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알에프세미 경영권이 걸린 주식 490만주를 주당 4249원에 인수했다.
다음 재판은 내달 18일 오전 10시에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