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입국관리법 위반 범칙금을 이미 냈다면, 행정소송을 통해 애초에 납부할 의무가 없었던 점을 확인할 수는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법원은 범칙금 납부에는 확정재판에 준하는 효력이 인정돼 이를 뒤집으려면 별도 법률상 근거가 필요하다고 봤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0부(부장판사 정은영)는 최모씨 등이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낸 범칙금 납부의무 부존재 확인 소송에서 지난 4월29일 원고들의 소를 모두 각하했다. 각하는 소송 요건을 갖추지 못해 본안 판단도 들어가지 않고 사건을 끝내는 것이다.
최씨 등은 서울 종로구에서 개인 사업을 하면서 취업 자격이 없는 외국인들을 고용했다는 이유로 지난해 9월 출입국관리법 위반에 따라 범칙금 900만원씩을 납부했다.
이후 최씨 등은 "외국인들이 무급으로 일을 도왔을 뿐 실제로 고용한 것은 아니다"며 소송을 냈다. 외국인이 추방될 것을 우려해 어쩔 수 없이 범칙금을 낸 것이라는 취지로, 범칙금 납부 의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해달라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법원은 범칙금을 이미 납부한 이상 행정소송으로 그 납부 의무에 대해서는 다시 다툴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출입국관리법상 통고처분에 불복하는 경우 범칙금을 납부하지 않으면 출입국관서장의 고발을 거쳐 법원의 형사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가 마련돼 있다"며 "통고처분 자체가 위법하다는 이유로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했다. 범칙금을 내지 않으면 형사재판을 통해 통고처분의 위법성을 가릴수 있다는 취지다.
또 재판부는 "출입국사범이 범칙금을 내면 동일한 사건에 대해 다시 처벌받지 않는데, 이는 범칙금 납부에 확정재판에 준하는 효력이 있다고 인정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확정판결에 준하는 효력을 사후적으로 번복하기 위해서는 법률의 특별한 규정이 있어야 하며, 법률상 근거 없이 행정소송으로써 통고처분에 따른 범칙금 납부의무의 존부 심리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범칙금 반환 의무를 부과하는 등 별도의 규정이 없는 현행법 체계에서는 범칙금 납부 후 행정소송을 통해 범칙금 납부의무의 존부 확인 구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범칙금 납부는 의무를 이행하는 사실행위이므로, 범칙금 납부의무가 존재하지 않았었다는 사실의 확인을 구하는 것도 행정소송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했다.
행정소송은 기본적으로 행정청의 처분이나 법률관계를 대상으로 삼고, 단순한 사실의 확인만을 구하는 소송은 허용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