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에 덜덜, 폭염에 헉헉… "비가 와도, 안와도 무섭다"

이현수 기자, 김승한 기자, 박진호 기자
2026.07.15 04:01

극한으로 치닫는 여름
작년 침수 피해 응암3동, 지하실 입구에 담 쌓기 등 대비
행안부 '무더위 쉼터' 은행·경로당 등 전국 9.3만곳 운영
기상청 "오늘까지 최대 100㎜ 비… 안전사고 주의해야"

지난 10일 서울 은평구 응암3동 주민 이모씨(66)가 지난해 침수된 지하실을 보여주고 있다. 이씨는 올해 장마철을 앞두고 자비를 들여 지하실을 둘러싼 돌담을 설치했다./사진=이현수 기자 lhs17@

폭염과 폭우가 번갈아 이어지는 보기 드문 '극한 날씨' 속에 여름철 시민들의 대응도 제각각이다. 집중호우 피해를 본 저지대 주민들은 '피서' 대신 '침수'에 집중하는 한편 연일 기록적 폭염과 싸워야 하는 시민들은 더위를 이기는 방안을 찾느라 분주하다. 하루가 멀다 하고 달라지는 변덕스러운 날씨에 대응하는 우리네 일상을 들여다봤다.

◇"물난리의 기억"…폭우에 지친 저지대=지난 10일 서울 은평구 응암3동 일대에서 만난 주민 이모씨(66)는 지난해 여름을 떠올리며 "참담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여름 기록적인 폭우로 주택 지하실이 잠긴 기억을 안고 사는 그에겐 물난리가 늘 걱정거리다. 올해는 피해를 줄이기 위해 지하실 주변에 돌담을 쌓고 차량도 지대가 높은 곳에 주차했다.

응암3동은 불광천과 인접한 저지대로 침수가 반복되는 지역이다. 지난해 8월엔 시간당 100㎜가 넘는 집중호우가 쏟아지면서 300여가구가 침수피해를 봤다. 저층주택이 밀집하고 노년층과 장애인 등 취약계층 거주비율도 높아 장마철마다 우려가 큰 곳으로 꼽힌다.

올해 장마도 주민들을 긴장시킨다. 인근 빌라에서 13년째 사는 김모씨(71)는 "지난해 폭우 이후 반지하에 살던 이웃들이 많이 떠났다"며 "요즘도 비가 오면 한밤중에도 밖에 나와 상황을 살핀다"고 말했다.

지자체도 대비에 나섰다. 은평구는 반지하주택을 중심으로 물막이판 등 침수방지시설을 우선 설치하고 불광천 주변에는 노면 빗물배수용 엔진 양수기를 배치했다. 전문가들은 주민들의 사전대비와 지자체의 체계적인 대응이 피해를 줄이는 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영주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반지하는 밖에서도 물이 들어오지만 역류로 바닥에서도 침수가 발생할 수 있다"며 "전자제품은 높은 곳에 두고 가능하다면 폭우기간에 다른 거처를 알아볼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도 "주민들은 침수 가능 지점을 미리 점검해 모래주머니 등을 활용해 대비하고 필요시 지자체에도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며 "지자체도 취약지역 주민들에게 대피소 위치를 사전안내하고 경각심을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극한 폭염' 피할 쉼터는 어디에=지난 13일 오후 서울 광화문 인근의 한 시중은행 지점. '무더위쉼터' 안내문을 보고 34도의 폭염을 피해 은행으로 들어갔다. 이용을 제지하거나 불편한 기색은 없었다. 무더위쉼터 안내문이 붙어 있었지만 은행이 쉼터라는 인식은 아직 자리잡지 못한 듯했다.

같은 날 찾은 종각역 '이동노동자쉼터'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원칙적으로 배달기사와 대리운전기사 등 이동노동자를 위한 공간이지만 일반시민도 현장에서 전용 앱(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한 뒤 QR코드를 발급받으면 이용할 수 있다. 행정안전부는 여름철 폭염에 대비해 전국에 약 9만3000개 무더위쉼터를 운영한다. 경로당 약 6만9000곳을 비롯해 은행 등 민간시설 1만6000여곳, 주민센터·복지관 등 공공시설 약 8000곳이 쉼터로 지정됐다. 냉방시설을 갖춘 공간을 활용해 누구나 폭염을 피할 수 있도록 한 조치다.

행안부는 앞으로 무더위쉼터를 단순히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양적 확대와 질적 세분화'를 함께 추진할 계획이다. 은행 등 민간시설과 협업을 확대해 누구나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생활밀착형 쉼터를 늘리고 건설노동자와 이동노동자, 어르신, 장애인 등 폭염 취약계층의 특성에 맞춘 맞춤형 쉼터도 넓힌다는 방침이다. 단순히 냉방공간을 제공하는 수준을 넘어 이용 대상별 특성에 맞는 프로그램과 운영방식도 다양화할 방침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폭염이 심해지면서 이제는 취약계층뿐 아니라 일반국민도 언제든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며 "양적 확대와 질적 세분화를 함께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계속되는 폭염과 폭우 사이=15일까지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최대 100㎜에 달하는 장맛비가 예보됐다. 비가 내리더라도 무더위는 계속될 전망이다. 기상청은 14일 "9호 태풍 '바비'가 약화해 온대저기압으로 변질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에 영향을 끼칠 전망"이라며 "수도권 등 중부지방에 집중될 것"이라고 밝혔다.

기상청은 특히 강수피해에 취약한 야간에 돌풍까지 동반할 가능성이 있다며 안전사고에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15일까지 예상강수량은 △서울·인천·경기 30~100㎜(경기 북부 최대 120㎜ 이상) △강원 내륙·산지 30~80㎜(강원 북부내륙 최대 100㎜ 이상) △강원 동해안 5~40㎜ △대전·세종·충남·충북·전북 30~80㎜ 등이다.

오는 16일에도 제주와 전라권을 중심으로 5~20㎜ 수준의 장맛비가 예보됐다. 기온은 비가 내린 뒤 다소 내려가겠지만 여전히 평년과 비슷하거나 더운 날씨가 지속될 전망이다. 경상권 등 곳곳에선 열대야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기상청은 폭염 시에는 외출을 자제하고 물을 자주 마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또 외출 시 주변 그늘에서 휴식을 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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