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기름값 지킨 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 '삼전·닉스' 지킴이로 거듭나나

양윤우 기자
2026.07.18 06:01
나희석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공정거래조사부 부장검사가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브리핑실에서 미국·이란 전쟁 관련 유가 교란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머니투데이 DB

검찰청 폐지가 3개월 앞으로 다가오는 등 조직의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나희석)가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핵심 부품을 공급하는 외국 반도체 기업들의 납품가 담합 의혹에 대한 강제수사를 개시하면서다. 검찰 안팎에서 공정거래조사부가 서민 물가와 국가 핵심 산업을 지키는 '경제 파수꾼'으로 부상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조사부는 올해 국민 생활과 국가 경제에 영향을 주는 대형 사건들을 연달아 수사하고 있다. 유가담합 수사를 마무리지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지난 15일에는 중국 몽타주 테크놀로지와 일본 르네사스 일렉트로닉스, 미국 램버스 등 메모리 인터페이스 칩(MIC)을 제조하는 반도체 기업 3곳의 국내 사무소를 압수수색했다.

공정거래조사부는 MIC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이들 3사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에 물건을 공급하면서 납품가를 담합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MIC는 고성능 연산장치(CPU·GPU)와 메모리(DRAM) 사이에서 데이터를 연결하는 핵심 부품이다. 컴퓨터 안에서 정보를 빠르고 정확하게 옮겨주는 칩으로 서버나 AI(인공지능) 컴퓨터처럼 많은 정보를 빠르게 처리하는 기기에서 매우 중요하다.

공정거래조사부 수사로 담합 여부가 사실인 것으로 확인돼 정상적인 가격 경쟁이 회복되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본 손해 등에 대한 피해 회복 절차로까지 이어진다면 이들의 부품 조달 비용 및 손익구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이에 법조계에서는 이번 수사가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이 어마어마할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검찰의 역량을 검증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는, 의미가 큰 수사가 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삼성전자 등이 납품가격이 비싸다고 의심하더라도 공급업체끼리 주고받은 이메일이나 메신저, 내부 가격 결정 자료까지 확보하기는 어렵다"며 "압수수색과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여러 회사의 자료를 교차 분석할 수 있는 수사기관이 필요한 영역"이라고 밝혔다.

공정거래조사부가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이나 다른 기관의 수사의뢰를 기다리는 데 그치지 않고 시장 분석을 통해 담합 단서를 자체적으로 포착했다는 점에서 이미 수사 역량을 보여줬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와 관련, 한 검찰 간부는 "공정거래조사부가 축적한 경제수사 역량을 새 형사사법체계로 온전히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간 공정거래조사부가 국가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수사들을 성공시켜 왔다는 점에서 수사 역량이 연속성있게 유지돼야 한다는 의견도 커지고 있다. 한 제조업 관계자는 "해외 과점업체가 담합을 통해 국내 기업에 부당한 비용을 떠넘기는 것을 막는 일은 한국 반도체 산업의 가격 경쟁력, 한국의 미래와도 직결된다"고 했다.

한편 나희석 부장검사가 이끄는 공정거래조사부는 미국·이란 전쟁 직후 석유제품 가격 인상 시기와 규모를 담합하거나 주유소에 특정 정유사 제품만 사도록 사실상 강제한 혐의를 받는 4대 정유회사 법인과 임직원 4명을 재판에 넘겼다. 또 약 10조원 규모의 밀가루·설탕·한국전력 입찰 담합 사건에 연루된 기업과 관련자들을 대거 재판에 넘겼다. 불과 1년여 만에 수없이 많은 사건들을 처리한 것이다.

연이은 담합 수사는 물가에 긍정적 영향을 주기도 했다. 담합 혐의로 기소되거나 수사 대상에 오른 업체들은 잇따라 가격 인하를 발표했다. 앞서 CJ제일제당은 소비자용 밀가루 가격을 5.5% 내렸고 사조CPK도 전분·물엿·과당 등 전분당 주요 제품을 3~5% 내렸다. 대상도 올리고당·물엿 전 제품 가격을 일괄 5% 인하했다. 이 같은 성과에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 3월 서민경제 교란 사범을 엄단한 공정거래조사부 소속 검사들에게 우수 검사 표창을 수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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